[혁신플랫폼톡]디지털 나침반으로 여는 상업용 부동산의 항로

2024-12-25

“동남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보물섬이라면, 데이터는 그곳을 가리키는 지도죠.”

알스퀘어가 싱가포르 법인 'Rsquare SG'를 설립할 당시 투자자들과 나눈 대화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이 말의 의미를 깊이 실감하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정보의 사막과도 같았다. 기초적인 임대료 데이터조차 구하기 어려웠고 거래 이력은 비공개가 일상이었다. 반면 싱가포르는 '스마트 내이션(Smart Nation)' 프로젝트를 통해 구축된 정교한 디지털 인프라로 시장 전체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베트남, 싱가포르 진출 경험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줬다. 디지털화가 미진한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비효율이 발생한다. 반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시장은 투명성과 효율성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

2023년 CBRE의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 중심가 프라임 오피스의 평균 임대료는 평방피트당 8.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싱가포르의 경제 규모, 높은 소득 수준, 그리고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반영한 결과다.

홍콩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2023년 JLL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의 '스마트 시티 청사진 2.0' 정책 이후 상업용 부동산 투자 거래량은 전년 대비 32% 늘었다. 특히 홍콩통화청의 블록체인 기반 'e트래이드 커넥트' 플랫폼은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지털 전환의 경제적 효과는 구체적 수치로 확인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23년 발표한 '부동산 시장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룬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운영비용이 평균 17% 절감됐고, 임대료 수익은 12%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현주소는 어떨까. 서울 프라임 오피스의 평균 거래가격은 아시아 주요 도시 중 중위권에 머물러 있다. CBRE의 2023년 아시아태평양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중심가 프라임 오피스의 자산 가치는 싱가포르의 60% 수준이다. 이는 각 도시의 경제 규모와 역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위상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반영된 결과다.

다행히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부동산 산업 디지털 전환 로드맵'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민간 영역에서도 프롭테크 기업들의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스마트 빌딩 인증을 받은 오피스의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다. 최신 건물들이 대체로 스마트 빌딩 인증을 받고 있는 추세와 함께, 입주 기업들의 선호도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제 우리나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다행히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우수한 기술 인력, 그리고 혁신을 갈망하는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과감한 투자와 일관된 정책 지원이다.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베트남에서 겪은 어려움과 싱가포르에서 목격한 성공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투자처로 도약하는 그날까지, 디지털 나침반이 새로운 항로를 안내할 것이다.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 겸 벤처기업협회 스타트업위원회장 ceo@rsqu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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