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요구, 고압적 태도…日 교사 짓누르는 학부모 갑질

2024-06-30

“평일 밤이나 주말에도 보호자 대응에 쫓겼다.”

일본 간토 지방 한 공립초등학교에 근무하는 한 교사의 고백이다. 학교에 가는 게 무섭고, 힘들었다고 한다. 과도한 요구나 불만을 표출해 ‘괴물 학부모’(monster parents)로까지 불리는 이들의 존재가 일본 교사들의 스트레스 원인으로 갈수록 두드러지는 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3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전국 공립 초중고 교직원이 가입하는 ‘공립학교공제조합’의 지난해 조사에서 “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할 정도의 강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응답자가 11.7%를 기록해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강한 스트레스를 가진 것으로 파악된 응답자 비율은 조사가 시작된 2016년 8.9%를 기록한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휴교가 계속된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증가했다.

공제조합이 2016∼2022년 실시한 172만 명분의 데이터를 처음으로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힌 건 보고서 작성 등 ‘사무적 업무량’이었다. ‘대처가 곤란한 아동·학생에 대한 대응’, 학교의 업무를 분담하는 ‘교무 분장’이 뒤를 이었다.

‘학부모 대응’은 4번째로 많은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증가세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요미우리는 “2022년 ‘동료와의 인간관계’를 제치고 처음 4번째 요인으로 꼽혔다”며 “학부모 대응에 피폐해지는 교직원이 늘어 있어 부담을 줄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부모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가 대부분인 20∼30대 교사들이 큰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쿄의 한 공립중학교에서 근무하는 50대 여성 교사는 요미우리에 “최근에는 학부모의 불합리한 요구, 고압적인 태도가 늘었다”며 “교육 서비스를 받은 ‘고객’이라는 점을 내세워 주저없이 불평, 불만이나 분노를 터뜨린다”고 털어놨다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된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휴직을 하는 교사들도 매년 증가해 2022년엔 역대 가장 많은 6539명을 기록했다.

요미우리는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교사들의 응답 비율이 타업종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짚으며 “교직원들의 보람이 바쁜 학교 현장을 떠받치고 있지만 일을 줄이려는 노력은 오히려 더뎌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업종의 보람을 느낀다는 비율을 50으로 했을 때 남성 교사는 55, 여성 교사는 57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수업 충실, 학생 지도 등 교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위원회나 학교는 업무 정리를 해야 한다”며 “일하기 쉬운 직장 만들기에 주력해 교사들의 스트레스는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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