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칼럼] 때늦은 이탈리아의 ‘모나리자’ 사랑

2025-02-10

세계 제1의 박물관 파리 루브르. 매년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9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서울시 인구와 맘먹는 숫자다. 이 많은 사람 중 80%가 외국인 관광객이다.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그림은 ‘조콩드(Joconde)’다. 조콩드는 ‘모나리자’의 프랑스식 이름이다. 연간 700만 명이 이 그림을 보고 간다니 참으로 놀랍다.

세계인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루브르 박물관은 그 역사가 230년이 넘는다. 장구한 역사가 부럽지만 심각한 노후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 낙후된 기술 장비는 온도 변화에 잘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귀중한 작품들을 위협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루브르 박물관을 개보수할 방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2031년까지 유리 피라미드의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박물관 동쪽에 새로운 대형 문을 만들고 연간 방문객 수를 1,200만 명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현재 피라미드 문은 연간 400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하도록 디자인 돼 굉장히 비좁다. 또한 박물관의 대표 작품인 모나리자가 독립적으로 접근 가능한 ‘특별구역’을 설치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많은 관람객이 몰려들어 주변 지역의 관람 환경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보다 안전하고 평화롭게 방문할 수 있는 조건과 모나리자에 걸맞은 전용 전시실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기회에 이탈리아는 모나리자를 유치하겠다고 야심차게 나서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의 롬바르디아는 파리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일시적으로라도 “모나리자를 다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진지하게 선언했다. 문화 담당 지역 의원인 프란체스카 카루소는 “이탈리아 문화와 예술을 가장 잘 대표할 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유산이기도 한 모나리자를 롬바르디아가 환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렇다면 롬바르디아는 왜 이러는 것일까? 다빈치는 이 지역에서 화가생활 대부분을 보냈다. 1482년부터 1499년까지 그는 밀라노 공작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보호 아래 롬바르디아의 수도인 밀라노에서 일했다. 이때 최후의 만찬을 비롯한 여러 걸작을 제작했다. 하지만 모나리자는 롬바르디아가 아닌 자신의 고향 토스카나에서 그려졌다. 1503년경 피렌체의 부호 프란체스코 델 지오콘도가 그의 아내 리사 제라르디니 지오콘도를 묘사해 달라고 의뢰했다. 이 지오콘도에서 ‘조콩드’ 이름이 탄생한 것이다.

프랑스가 오늘날 이 그림을 보관하고 있는 것은 다빈치가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지 못하게 되자 1516년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주는 프랑수아 1세를 만나러 프랑스로 떠났다. 이때 짐 속에 모나리자를 비롯한 자신의 그림 몇 점을 가져가 프랑스 국왕에게 바쳤고, 국왕은 그 대가로 다빈치에게 거액의 연금을 지급했다. 1797년 모나리자는 왕실 소장품으로 들어가 다시는 프랑스를 떠나지 않았고 ‘조콩드’라는 이름으로 루브르에 전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는 이 그림을 둘러싸고 종종 프랑스와 논쟁을 벌이곤 한다. 토스카나의 한 미술사학자는 “공증된 문서에 따르면 프랑수아 1세가 다빈치로부터 모나리자를 실제로 구입했다는 사실이 증명 된다”고 말하며 이론의 여지가 없음을 강조한다.

롬바르디아의 선언으로 모나리자가 이탈리아에 다시 돌아와 2026년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의 아이콘이 되는 모습을 벌써부터 상상하는 이탈리아인들이 많다. 하지만 이미 프랑스의 귀중한 보석이 돼버린 모나리자가 국경을 떠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본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