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6·25전쟁)에 참전했다가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캐나다 참전용사가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전우들 곁에서 영면에 들어간다.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관리처)는 22일 유엔기념공원 참전용사묘역에서 캐나다인 한국전쟁 참전용사 고 윌리엄 존 크라이슬러(William John CHRYSLER)의 안장식을 거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안장식에는 부인과 아들을 비롯한 4명의 유가족과 타마라 모휘니 주한캐나다대사, 이희완 국가보훈부 차관, 이원우 외교부 북미국 심의관,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 데릭 맥컬리 유엔군부사령관, 유엔평화봉사단원 20명 등 총 5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1930년 5월 4일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태어난 크라이슬러씨는 1950년 12월부터 1951년 11월까지 한국에서 복무했고, 지난해 11월 24일 향년 94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한국전 당시 고지를 방어하는 부대에 배속돼 50구경 기관총이 장착된 하프트랙 장갑차를 운전하며 지원 임무를 수행했다. 그가 전투 중에 장갑차에 오르면 전우들이 활짝 웃었던 일화를 통해 그가 전우들에게 얼마나 든든한 존재였는지를 보여준다.
생전 전우를 부축하는 사진으로 잘 알려졌던 고인은 당시 사진이 찍혀 언론에 보도되자 “고향의 어머니가 놀랄까 걱정이 돼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인의 아들 그레고리씨는 “아버지는 1970년대 한국에서 일하며 한국인 어머니와 가정을 이루었고, 직업의식이 투철해 맡은 일은 항상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수행했다”면서 “고집이 세고 자존심도 강했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아버지의 일부였고, 그의 유산이 되었다”고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했다.
고인은 생전 전쟁영화를 보다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기도 했으나, 한국에서 일하며 맺은 인연들과 참전용사 재방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발전상을 마주하며 자부심을 가졌다고 한다. 특히 한국인들이 보내준 존경과 감사는 그가 치른 희생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의미 있는 보답이 되었다.

유가족들은 고인이 생전 원했던 대로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는 것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아들 그레고리씨는 “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의 승인과 관리처의 적극적인 협조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유엔기념공원에 아버지를 모시게 된 것은 우리 가족에게 큰 영예”라고 말했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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