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적인 일상] 수박 겉핥기

2024-10-24

'수박 겉핥기'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단물이 있는 속이 아닌 껍질만 핥는다는 뜻이다. 사물의 속 내용을 모르고 겉만 건드리는 일을 비유해 아무런 소득이 없는 행위를 일컫는다.

수박의 겉을 핥는다는 행동을 떠올려보면 어리석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과연 현실에서 수박의 겉을 핥을, 실수를 할 일이 있나 싶다. 그만큼 이 속담은 말도 안 되는 실수나 비생산적인 노력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도 가끔 이런 실수를 하고 있지 않나 싶다.

필자는 배우로서 공연 준비를 할 때, 종종 의도치 않게 수박의 겉을 핥을 때가 있다. 본질을 놓치고 부수적인 것에 집착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만,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해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정작 본인은 자신이 '수박의 속을 핥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이럴 때 가장 좋은 해결책은 주변에서 도와주는 것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외부에서 지적하면, 내가 겉만 핥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종종 혹은 꽤 자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아주 쉬운 해결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주변의 도움을 받아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보면 내가 왜 그랬지 싶을 정도로 금방 깨닫기도 한다.

물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당사자가 수박의 겉을 핥을 계획이 없었다는 것과 둘째, 제삼자의 조언을 수용할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 두 조건은 쉽게 충족된다. 수박의 겉을 핥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이례적으로, 가끔은 일부러 수박의 겉을 핥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문제 상황을 만나서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려 하지만 그때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주변에서 지금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알려줘도 자신의 방법이 맞다며 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최근 한국 축구협회의 행태가 바로 이 '수박 겉핥기'의 전형적인 예다. 협회는 겉으로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특히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두드러졌다. 그의 선임 과정에서 협회가 보인 불투명한 운영과 인맥 중심의 의사결정이 팬들의 반발을 일으켰다.

이후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축구협회의 여러 의혹은 문제를 더욱 부각시켰다. 감독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 협회 고위층의 권력 집중 등은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국정감사에서도 협회는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표면적인 답변과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는 마치 수박의 겉만 핥고도 속이 달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감독 선임의 불투명성뿐만 아니라, 협회의 구조적 문제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내용들은 축구협회의 운영 방식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구태의연한지를 보여준다. 수박의 겉만 핥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국 축구협회는 이번 기회를 통해 문제의 근본을 직시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책임이 있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들이 단순한 비판으로 끝나지 않고,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축구협회가 진정으로 축구 발전을 원한다면 이제는 수박의 겉이 아닌 속을 들여다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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