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AI 시대, 미래세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2025-04-07

“교수님, 코딩 프로젝트에서 챗GPT 사용해도 되나요?”

최근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코딩 과제에 인공지능(AI)을 사용하다니, 이건 부정행위 아닌가? 하지만 곧 내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시기, 교수님들은 인터넷 자료를 복사해 리포트를 작성하면 표절이라며 엄격히 금지하셨다. 그러나 기술은 빠르게 진화했고, 이제는 인터넷 없이 자료를 찾고, 코딩을 하고, 리포트를 작성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때와 비슷한 변화가 지금, AI를 통해 다시 찾아오고 있다.

기술이 발전과 새로운 도구의 등장은 막을 수 없다. AI가 코드를 작성하고, 자료를 찾아주고, 보고서를 작성하며, 그림을 그려주는 지금, 우리 아이들이 준비할 것은 단순히 AI를 잘 사용하는 법이 아니다. AI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질문을 던지고, 무엇을 배웠는지, 왜 그러한 답이 나오는지를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탐구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과정 없이 AI에 의존하다 보니, 기본 코딩이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AI가 빠르게 응답을 주다 보니, 해답을 위해 다양하게 시도하고, 가설을 세우고, 파고들며, 끈기 있게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잃어가고 있다. 즉각적인 반응과 답을 기대하는 학생들에게 사고할 시간을 주면 지루해 하고, 견디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앞으로 5년 내 인간과 상당한 경쟁을 벌일 범용 인공지능(AGI)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기술의 진보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경쟁을 극대화하는 입시 중심 교육에 머물러 있다. 저출생 시대, 한 명 한 명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 시점에서, 모두를 같은 잣대 아래 세우는 방식은 AI가 주도할 미래에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의사, 법률가, 교육자, 행정가 등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직업으로 여겨졌던 영역들조차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러한 기술 진보의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준비해야 하는 것은 AI라는 도구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감, 협력, 윤리, 그리고 도전 정신이다. 특히 팀원과 함께하는 프로젝트에서는 완성된 결과물보다 그 과정 속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했는지, 어떤 책임감을 가졌는지를 더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또 AI가 항상 정답을 주는 시대일수록, AI가 알려주는 가장 빠른 답보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경험과 도전을 통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AI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잘 활용하며,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다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패해도 괜찮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점수나 결과보다 도전하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평가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AI가 줄 수 없는 협업과 소통의 힘을 길러야 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문제를 풀고,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며, 책임감을 배우는 교과과정이 필요하다.

또 질문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AI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왜?'라고 묻고, 스스로 답을 찾아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AI의 편리함 뒤에 숨은 문제를 고민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도록 디지털 윤리 교육 역시 놓쳐선 안 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AI 시대 우리 아이들은 AI 함께 살아갈 인간으로서의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양윤석 한국뉴욕주립대 컴퓨터학과 교수 yoonseok.yang@suny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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