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농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에서 기반이 되고 있다. AI가 이렇게 인프라가 되는 데는 스마트폰의 역할이 가장 컸다.
스티브 잡스가 인터넷 사용, 음악 재생, 전화 기능을 합친 스마트폰을 세상에 내놓은 게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2007년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활용한 AI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은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 나온 지 9년 만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이세돌 9단이 이길 것으로 점쳤지만, 5번의 대국에서 인간은 딱 한번 이겼을 뿐이다. 그때부터 우리는 AI가 우리네 삶 가까이에 와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다.
그 후로 2022년에 대화형 AI라는 챗GPT(지피티)가 나오면서, 바야흐로 우리는 AI가 눈앞에 와 있음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알파고 충격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챗GPT가 나오면서 ‘미리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화를 생성한다(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의미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많은 나라에서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써서 AI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구글의 바드(Bard),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 최근에 중국에서 나온 딥시크(DeepSeek) 등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이 나온 지 9년 만에 우리는 AI와 인간의 대결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그 후 6년 만에 우리 삶에 AI가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느꼈다. 기술 개발의 속도가 빠르고, 인간이 체감하는 주기가 짧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앞으로 3년 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서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AI는 스스로 학습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AI의 발전은 농업과 같은 전통산업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우리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농업의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농업, 맞춤형 농작물 관리, 자원 절약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AI 도입으로 인해 생산자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통해 더 나은 수확과 품질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식량안보와 환경보전에 기여하게 된다.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개인 맞춤형 농작물과 식단을 제공해줄 수 있다.
또한 AI 기술은 농업을 넘어 농업과 의료, 농업과 교육, 농업과 제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보완해 시너지효과를 만들어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AI와의 공존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으며 이를 통해 인류는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그동안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대를 살게 될 것이다. 미래에 인류는 두 계급으로 나뉜다고 한다. AI에 지시를 내리는 계급과 AI에 지시를 받는 계급. 그에 따라 의사·약사·판검사·변호사·교사 순으로 직업이 대체될 것이라고도 한다. 공부를 많이 하고 잘한 사람들이 선택했던 직업이, 그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하고 더 잘하는 AI에 대체되는 것이다.
AI는 쉬지 않고 빠른 속도로 공부한다. 게다가 잊어버리지도 않고, 공부한 지식을 불러내는 데 0.1초도 걸리지 않는다. 이런 AI와 함께하려면 우리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그냥 공부만 해서는 안된다. 긴장감을 갖고 절실함 속에서 공부해야 AI와 공존할 수 있다.
성제훈 경기도농업기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