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양성자·중입자 치료기가 수도권 대형병원에 집중 배치되면서 지방 환자들의 원정 치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천억원을 들여 설치하는 최첨단 장비의 수도권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양성자 치료를 시행하는 곳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 국립암센터와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두 곳이다. 중입자 치료는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이 유일하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중입자 가속기 도입을 확정했고, 서울성모병원·고려대의료원·계명대동산병원이 양성자 치료기 설치를 추진 중이다. 대구에 있는 계명대동산병원을 제외하면 모두 수도권에 몰려 있다. 빠르면 5년 내 전국 8곳에서 암 환자들의 입자 방사선 치료가 가능해지지만, 수도권 7곳·대구 1곳 구조다.
입자 방사선 치료 장비는 사용하는 입자 종류에 따라 양성자와 중입자로 나뉜다. 양성자 치료는 수소 원자의 핵인 양성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해 종양에 쏘아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식이다. X선 기반 일반 방사선 치료기는 주변 정상세포 손상을 피하기 어렵지만, 양성자 치료기는 가속된 입자가 특정 지점(암세포)에서 한꺼번에 방출하고 소멸해 정상세포를 손상하지 않는다.
중입자 치료는 탄소 등 무거운 원자를 이용한다. 양성자에 비해 중입자 질량이 12배 정도 무거운 탄소입자를 가속해 종양(암세포)만을 조준해 파괴한다. 췌장암·간암 등 난치성 고형암에 효과적이다. 다만 장비 구축 비용이 더 많이 들고, 건강보험 적용도 되지 않아 환자 부담은 수천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입자 치료기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 환자들의 부담을 가중한다는 점이다. 충청·부산·호남 등에서는 입자 방사선 치료를 받으려면 수십차례 수도권으로 올라와야 한다. 치료 횟수가 10~20회에 이르는 만큼 환자와 보호자 모두 경제적·심리적 부담이 크다. 특히 고령 환자나 중증 암 환자는 장거리 이동 자체가 치료를 포기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또 다른 걸림돌은 높은 비용이다. 양성자 치료는 2015년부터 일부 암종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이 수백만원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중입자 치료는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치료비와 이동비까지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이중 부담'이다.
울산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 양성자 치료센터 논의를 하고 있지만 예산확보에 발목이 잡혀 있다. 장비 구축비만 수천억원에 달하고, 유지보수와 인력 양성까지 고려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비 확보도 돼야 하는데, 지역 환자들의 접근성을 보장하려면 지역 의료 인프라 강화가 먼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