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성희롱·막말한 민원인도
10개 지차체와 협력해 감정노동자 보호
서울시 ‘120다산콜재단’ 상담사들은 지난 5년간 약 8만건의 성희롱과 막말 등 악·강성 민원을 응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법적 조치가 된 것은 모두 35건이었다.
120다산콜재단은 20일 오후 2시 서울시청에서 ‘2024 감정노동자 보호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서강숙 재단 민원관리부 부장은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발표했다.
성희롱과 폭언 등 고소 및 고발 조치에 해당하는 악성 민원과 위법 사항은 아니나 억지 주장 등으로 상담을 방해하는 강성 민원은 지난 5년간 총 8만 368건에 달했다.
2020년 1만 4879건이었던 악·강성 민원은 코로나 팬믹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증가했던 2021년과 2022년 각각 2만 2780건, 2만 4295건으로 크게 늘었다. 2023년 1만 2779건으로 줄었고, 올해는 지난 10월까지 5635건 수준이다.
8만건이 넘는 악·강성 민원 중 재단에서 법적 조치를 취한 사례는 모두 35건이었다. 이 중 24건이 유죄 확정됐고, 3건이 장애인협회 탄원 등으로 무죄로 종결됐다. 8건은 현재 소송 진행 중이다.
유죄가 확정된 법적 조치 사례 중에는 한 민원인이 13년 동안 비슷한 내용으로 1147건의 상담을 하며 상담사들을 괴롭힌 경우도 있었다. 이 민원인은 ‘주택 내에서 모기에 물렸다’거나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 등의 이유로 콜센터에 연락해 성희롱과 욕설을 내뱉었다. 재단의 고소로 이 민원인은 결국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의 처분을 받았다.
이 외에도 한 번 상담에 1시간 40분 넘게 통화하며 불만을 쏟아내는 민원인도 있었다.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민원으로 상담사를 괴롭히는 사례도 많았다.
컨퍼런스에서는 감정노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민정 법무법인 우성 변호사는 “현재 성적 수치심·혐오감 유발 발언의 경우 전화·문자는 통신매체로 구분돼 처벌이 가능하나 대면 상담시엔 처벌 조항이 없어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에 앞서 120다산콜재단을 중심으로 부산·인천·대구·대전·울산·경기도·충남·경남·강원 등 10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광역자치단체 콜센터협의체’ 출범식이 진행됐다.
협의체는 앞으로 지역 간 경계를 넘어 유연한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악·강성 민원 대책 마련과 콜센터 상담직원을 위한 제도 개선 등 감정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이재 120다산콜재단 이사장은 “감정노동자 보호 컨퍼런스는 10명 중 4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감정노동자의 노동권익보호는 물론 감정노동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120다산콜센터는 상담사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적극 조성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