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이 소멸하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늘어나지만,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25년 9월 기준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소멸위험지역이 137곳이나 된다. 무려 59.8%다.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 가운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 여럿이다. 여러 정책적 처방에도 백약이 무효다.
지역이 소멸하면 지역 언론은 설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역의 정보를 전하고, 지역의 권력을 감시하는 핵심 정보 출처가 존속하기 어려워진다. 아직 지역 언론의 수가 줄어든다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역 언론 종사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는 자주 등장한다. 지역 언론 수는 제자리지만, 지역 기자 수가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양질의 지역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 감퇴한다는 얘기다. 더 이상 품질 높은 지역 정보를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역 소멸 위험도가 높은 곳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 짙어진다.
그 빈자리를 신뢰하기 어려운 AI 생산 콘텐츠가 채우고 있다. 이른바 AI 슬롭이다. 이미 AI 생산 콘텐츠는 인간 생산 콘텐츠의 절대량을 넘어섰다. 옥스퍼드 연구진의 추적 분석에 따르면, AI 생산 콘텐츠는 2020년 5%에서 2025년 5월 48%로 급등했고, 2026년에는 9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유(類)의 콘텐츠 일부가 결국 지역 정보의 공백을 메우는 데 동원될 것이 확실하다.
AI 챗봇은 아직 허술하다. 신뢰도 높은 답변을 뱉어내는 데 여전히 빈틈을 보인다. 특히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영역일수록 거짓으로 답변할 확률은 높아진다. 유럽방송연합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그 심각성은 위기의식을 자아내게 할 정도다. 챗GPT나 퍼플렉시티, 제미나이와 같은 AI 챗봇의 답변에서 정확도 측면에서 심각한 정보 오류가 포함된 비율이 20%나 됐다. 부분 오류가 포함된 사례까지 더하면 50%를 훌쩍 넘어선다. AI의 답변 중 절반 가까이가 부정확한 정보를 품고 있다는 의미다.
다시 지역 소멸과 지역 언론의 문제로 돌아오자. 지역 소멸에서 파생된 지역 언론의 위기는 정확도와 신뢰도가 낮은 AI 슬롭의 범람을 초래한다. 그 공간에서 수익을 앗아오기 위한 치열한 저품질 지역 정보 경쟁이 싹튼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가득한 지역 관련 AI 슬롭은 다시 AI 챗봇 답변의 부정확성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미 해외에선 현실이 되고 있다. 문을 닫은 지역 언론의 인터넷 주소를 매입해 AI 생산 허위 정보를 한가득 유통하는 사례가 최근 적발됐다. AI 챗봇들은 이 주소의 권위도를 평가해 검증 없이 출처로 인용한다. 독일과 스위스에선 챗GPT가 예전 지방선거 후보자 정보를 답변으로 내놓는다거나 투표일을 잘못 알려주는 경우도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지역 언론의 사막화가 가져온 현재의 풍경이다.
지역 언론의 위기는 AI 챗봇의 위기일 수도 있다. 이젠 자신들의 서비스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지역 언론 지원에 나서야 한다. 지역 언론은 이미 품질의 악순환에 빠져든 상태다. 쭉정이를 골라내고 알곡에만 투자하는 한이 있더라도 AI 빅테크들은 ‘고품질’ 지역 언론을 살리는 데 나설 필요가 있다. 지역 언론을 외면한 AI의 미래는, 결국 신뢰를 잃은 인공지능의 초상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이성규 블루닷에이아이 대표>

![[2025 국감] 작년 수산물 무역적자 29억달러…적자폭 확대 심각](https://img.newspim.com/news/2025/10/30/251030171748518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