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가공업체들이 다 사라진다면

2024-10-22

건설경기가 역대급 침체를 이어가면서 철근가공업계도 벼랑 끝 위기 속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간 국내 철근 수요 1,000만톤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가공업계 손을 거치는데, 올해 철근 수요(내수 판매+수입)는 700만톤 중반대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단순 계산으로 올해 100만톤 이상 가공 물량이 사라지는 셈이다.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철근가공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 사업으로 운임비를 포함한 인건비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기계 유지비 등 소모품 비용까지 계산하면 사실상 남는 수익은 없다는 설명이다.

철근가공은 일반적으로 건설사가 제강사에 가공비까지 포함한 턴키 발주를 하면 제강사가 다시 가공사에 발주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그간 철근가공업계는 장기간에 걸쳐 가공업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분리 발주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가공업계는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과 물가 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표준단가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왔다. 각종 비용 증가에도 가공단가는 큰 폭 변화 없이 제자리걸음을 해왔으며, 실제 시장에서 형성된 단가는 대부분 기준단가를 밑돌았다.

특히나 올해는 철근 소요량마저 급감하면서 가공업계는 저가 수주 유혹에 온전히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 철근가공조합은 2022년부터 어렵게 형성된 연간 가공단가 정착을 위해 내년 철근가공단가를 톤당 2,000원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분 등을 반영한 최소한의 인상분이다.

제강사와 건설사를 잇는 가장 큰 다리가 철근가공업이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그만큼 가장 취약한 사업군이기도 한 이유다.

연이은 단가 하락과 수익성 악화로 철근가공업계가 일제히 멈춘다면 전국의 건설 현장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비용 문제와 인력난 등의 이유로 각 건설 현장에서 직접 가공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에서 떠안고 있는 납기, 안전, 품질 등 철근가공업이 직면한 여러 어려움을 이제라도 같이 맞대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