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축포’가 터졌다.
삼성 고졸 신인 외야수 함수호는 지난 1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기에서 4-3로 앞선 6회말 2사 후 타석에 들어섰다.
6회초 윤정빈을 대신해 외야에 투입됐던 함수호는 이날 첫 타석을 맞이했다. 상대는 두산 곽빈이었다. 곽빈은 지난해 15승(9패)를 기록하며 다승왕을 차지한 투수다. 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온 곽빈은 전병우을 삼진 아웃, 차승준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이제 함수호만 잡아낸다면 이닝을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함수호는 물러서지 않았다. 곽빈의 4구째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4-3에서 5-3으로 달아나는 솔로 홈런이었다. 2006년 3월 10일생인 함수호는 자신의 생일을 홈런으로 자축했다.
삼성은 경기 후반 실점을 허용하며 5-8로 패했지만 신인 함수호의 홈런으로 위안삼을 수 있었다. 삼성은 시범경기 개막 후 3경기에서 2홈런을 기록했는데 지난 9일 SSG전에서 박병호가 친 데 이어 두번째 홈런을 함수호가 기록했다.
함수호는 대구 상원고를 졸업한 뒤 202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33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이만수 홈런상을 받을만큼 장타력만큼은 인정을 받았다.
지명 후 삼성은 “신인드래프트 고교생 중 통산 홈런 13개로 최다 홈런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며 “선천적으로 타고난 파워를 보유한 전형적인 장타자 유형”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함수호는 1군 스프링캠프에도 합류해 선배들과 함께 시즌 준비를 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도 홈런을 쏘아올리며 신인다운 씩씩한 모습을 보여줬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당초 함수호와 또 다른 신인 차승준을 캠프 중반에 퓨처스팀으로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가 1군 캠프에서 이들을 더 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함수호는 1군 스프링캠프를 완주할 수 있었다. 박진만 감독은 캠프를 마친 후 “야수 신인들이 자신들의 기량을 실전 감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게 느껴졌다”라고 했다.
시범경기에서도 기회를 받은 함수호는 홈런으로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삼성으로서는 신예의 홈런이 반갑다. 삼성의 홈구장인 라이온즈파크는 타자 친화적인 구장으로 유명하다. 삼성은 지난해 장타를 앞세워 홈구장의 특성을 이점으로 살렸다. 팀 홈런이 185개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중 홈에서 친 홈런이 119개에 달했다.
주장 구자욱을 포함해 6명의 선수들이 두자릿수 홈런을 쳤다. 특히 그간 경험이 많이 없었던 선수들의 장타가 큰 보탬이 됐다. 특히 그간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김영웅이 프로 데뷔 3년차에 기량이 만개해 28홈런을 쏘아올린게 팀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28홈런은 팀내 두번째로 가장 많은 수치다.
이밖에 만년 백업이었던 이성규도 22홈런을 치며 데뷔 처음으로 20홈런을 넘겼다. 이재현도 14홈런으로 ‘절친’ 김영웅과 힘을 합쳤다.
지난해 삼성이 예상을 깨고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선수들이 활약하며 신구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삼성은 이번 시즌에도 그런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나기를 바란다.
삼성 외야진은 경쟁이 치열하다. 구자욱, 김지찬이 자리를 잡은 가운데 나머지 한 자리는 이성규가 맡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성규가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하며 한 자리가 비었다. 이 자리를 두고 백업 선수들이 주전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후보군 중 하나였던 함수호는 홈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