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아픔 딛고 새로운 성장 준비하는 두산 김기연, 목표는 ‘1000이닝 3할 포수’

2024-11-07

두산 김기연(27)은 1년 만에 입지가 가장 크게 바뀐 선수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22일, 김기연은 2차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잊을 수가 없는 날이다. 김기연은 “예비군 훈련날이었다. 훈련 중에 소식을 들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1년이 지났다”고 웃었다.

두산 이적 전까지 김기연은 LG에서 3시즌 42경기 밖에 나가지 못했다. 올해 두산에서는 95경기를 뛰었다. 포수 수비도 579이닝을 소화했다. 수비 이닝만 따지면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608.1이닝)와 비슷한 배분으로 시즌을 치른 셈이다. 돌이켜보면 두산으로서도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오재원발 수면제 대리처방 파문에 휘말려 졸지에 백업 포수 2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만약 김기연이 없었다면 두산의 시즌 전체가 무너질 수 있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김기연은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처지가 못 됐다. 프로에서 버티고 살아남는 게 당면과제였다. 이제는 입장이 달라졌다. ‘제2의 포수’로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1군에서 확실한 역할을 맡으면서 생각할 것도 많아졌고, 책임질 것도 많아졌다. 투수 한 명, 한 명을 생각하며 어떻게 내년을 함께 꾸려나갈 지 고민이 많다. 김기연은 6일 이천 베어스파크 마무리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나 “아예 다른 차원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내년에는 여러 방향으로 더 준비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김기연은 “어린 투수들이 주축이라 다들 힘도 좋아서 구위로 누르는 식의 리드를 많이 했다”며 “올해는 다른 타자들이 처음 보는 투수들이 많아 더 잘 통했을 수도 있다. 내년에는 그만큼 적응도 됐고, 타자들이 대비를 해서 나올 테니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볼 배합 뿐 아니다. 올해 베이스 크기가 커지면서 리그 전반적으로 도루 개수가 크게 늘었다. 내년 시즌에는 피치 클록이 도입될 공산이 크다. 발 빠른 주자들이야 신이 나겠지만, 투·포수는 그만큼 힘들어졌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도입으로 프레이밍 부담은 줄었지만, 도루 저지 부담이 그 이상으로 커진 셈이다.

김기연은 “올해 도루 저지 쪽에서 좀 안 좋았다. 내년에는 피치 클록도 들어오니까 그런 걸 더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앉는 자세부터 고민이다. 주자를 잡아내려면 왼쪽 발을 조금 앞에 두는 편이 낫다. 공을 잡자마자 바로 2루로 던질 수 있는 자세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몸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만큼 투수로서는 타깃이 그만큼 작아보인다. 제구가 불완전한 투수라면 이런 변화까지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주자에 신경을 많이 쓰는 투수라면 최대한 도루 저지에 유리한 자세를 선호할 수 있다. 투수 하나하나와 논의하고 고민할 부분이다.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지만 가을 야구는 아쉬움이 많았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첫 경기 첫 이닝부터 고생을 많이 했다. KT 타자들에게 연속안타를 맞으면서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1회에만 4점을 내줬다. 두산 선발 곽빈의 커브가 집중 공략을 당했다. 김기연은 “아직도 생각이 많이 난다. 사실 그날 (곽)빈이 공이 안 좋았던 게 아닌데 결과가 그렇게 나와서 더 아쉽고, 빈이한테도 미안했다”고 말했다. 김기연은 “KT 타자들이 직구에 포커스를 맞추고 들어올 거로 생각해서, 직구와 편차가 큰 커브를 많이 섞는다는 게 원래 플랜이었다”고 설명했다.

원래 계획을 빠르게 수정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워낙에 집중타를 맞아 그럴 여유가 없었다. 포스트시즌 첫 경기라는 점도 약점으로 작용했다. 김기연은 “정규시즌 때는 상대 약점이 보이면 그걸 계속 파고 들었는데 포스트시즌에는 그렇게 안 된 것 같다”면서 “머리로 생각은 하면서도 또 의심을 하다 보니 그렇게 못 한 것 같다”고 자책했다.

그 또한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다. 김기연의 야구도 이제부터 본격 시작이다. 목표도 크게 잡았다. 체력적으로 올해 힘들지 않았냐는 말에 그는 “900이닝 수비하는 선수도 있는데 600이닝도 안 하고 지치면 사실 안 된다”며 “나중에는 1000이닝까지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망이도 아직 많이 멀었다. 양의지 선배님처럼 3할을 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타율 3할에 1000이닝 포수. 김기연이 생각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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