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은 중국 산둥성(山東省) 출신 화교 노동자들이 인천항 부둣가에서 먹던 간편식에서 출발했다. 한국에서는 중국집 간판 메뉴지만, 막상 중국에는 한국 짜장면과 같은 음식이 없다. 짜장면은 한국식 중식이거나 중식풍 한식이다.
국제도시 홍콩은 짜장면처럼 정체가 모호한 음식이 차고 넘친다. 특히 디저트와 간식에 국적 불명의 음식이 집중돼 있다. 좋은 예가 있다. 홍콩이 오랜 세월 영국 식민지였다는 역사를 증명하는 애프터눈 티다. 홍콩의 애프터눈 티는 영국 제국주의의 잔재다.
애프터눈 티는 19세기 영국 귀족 문화를 상징하는 다과 문화다. 홍차와 간식을 층층이 담은 3단 트레이가 기본 구성이다. 이름은 오후에 즐기는 차 한잔이지만, 실제 주인 노릇은 3단 트레이에 쌓아 올린 간식 몫이다. 트레이 1층과 2층에는 샌드위치·스콘 같은 가벼운 음식, 3층에는 케이크처럼 달콤한 디저트를 올리는 게 보통이다.
홍콩의 애프터눈 티, 홍콩식으로 ‘하음차(下午茶)’는 구성이 사뭇 다르다. 샌드위치 대신에 하가우·춘권 같은 딤섬을 올리거나, 타르트나 마카롱 자리에 딴웡린용쏘우(蛋黃蓮蓉酥·연꽃 씨앗과 오리알로 만든 중국 전통 과자)를 놓는 레스토랑도 있다. 홍차 대신 보이차·우롱차 같은 중국 전통차를 내는 레스토랑은 훨씬 더 많다. 이 애프터눈 티는 영국 음식인가, 홍콩 음식인가.
홍콩 국민 음료 윤영(鸳鸯)이야말로 전형적인 홍콩 스타일 음료다. 홍차에 우유를 넣어 밀크티를 만들어 놓고 여기에 다시 커피를 섞는다. 이것은 차인가 커피인가, 아니 밀크티인가 카페라테인가. 홍콩의 다른 간식, 그러니까 에그타르트·토스트·샌드위치·와플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원조가 분명하지만, 홍콩 스타일 또한 개별 장르로 인정받는다.
홍콩백끼를 취재하면서 처음 든 느낌은 난감함이었다. 홍콩다운 무언가가 보이지 않았다. 서양 요리의 특성이 강한 데다 식재료 대부분이 수입산이어서 홍콩 음식의 정체성을 찾기가 어려웠다. 홍콩에서 한 달을 다 보냈을 즈음에야 어렴풋이 윤곽이 잡혔다. 홍콩 음식은 중식이기도 하고 양식이기도 했으며 동시에 중식도 아니고 양식도 아니었다. 홍콩인은 중국식 특히 광둥식에 자부심과 애정이 매우 크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다른 문화의 음식에 거부감이 없다.
오늘 홍콩백끼의 주제는 ‘디저트 & 카페’다. 디저트와 베이커리 5곳, 카페와 찻집 5곳을 소개한다. 10만원이 훌쩍 넘는 럭셔리 디저트를 내는 곳도 있고, 광둥 요리 전통의 주전부리 가게도 있고, 홍콩 MZ가 즐겨 찾는 일본식 빙수 가게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카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모든 게 버무려져 홍콩 스타일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