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음식은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다. 일본 효고현의 아카시, 히메지, 가카고와, 이즈시 등을 여행하며 각 지역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지역 별미를 맛보는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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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깨우는 아몬드 토스트
히메지, 사보 타이리쿠
신오사카에서 고속철로 30분 거리에 있는 히메지시. 사보 타이라쿠는 1947년에 연 카페로, 히메지시에서 가장 오래됐다. 아침 일찍 일어난다면 이곳에서 히메지시의 아침 문화를 즐겨 보자. 히메지시의 시그니처 메뉴 '아몬드 토스트'를 만날 수 있다. 두껍게 썬 빵에 버터, 마가린, 아몬드 파우더, 다진 아몬드를 섞어 휘핑 크림을 발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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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는 재료가 간단해 일본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바삭' 소리가 나며, 크리미한 맛이 입안에 퍼져 커피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사보 타이리쿠의 아몬드 버터는 가볍고 산뜻한 맛으로 인기가 많은 편이며 구매도 가능하다.
생강 간장을 곁들인
히메지, 어묵 요리
히메지 어묵에는 특별한 소스가 곁들여져 있다. 바로 무, 계란, 어묵 등의 재료를 간장 육수에 끓여 만든 '생강 간장'이 그 주인공이다. 효고현 히메지시는 한때 생강 재배 지역이었는데, 인근 다쓰노시는 오랫동안 간장 생산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그 둘이 만나 전통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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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간장 어묵을 파는 곳은 많지만, 특히 JR 히메지 역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슈센테이 나다기쿠 카파테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형 꼬치 블랙 어묵'은 소 힘줄, 계란, 튀긴 두부, 곤약, 우엉말이 등 다섯 가지 꼬치 재료를 진한 육수에 담가 생강 간장으로 마무리한 것이 특징이다. 알싸한 생강이 달콤하고 고소한 풍미에 톡 쏘는 맛을 더해 일본 사케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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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사실 나다기쿠 슈조 사케 양조장에서 운영하는데, 사케 찌꺼기 맛을 낸 오리지널 '대형 꼬치 화이트 오뎅'도 맛볼 수 있는 게 포인트다.
갓 잡은 제철 해산물
히메지, 마에 도레 시장
보즈 어업 협동 조합이 운영하는 히메지 마에도레 시장은 그날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판매하는 대규모 수산 시장이다. 봄에는 하나히메 사와라(삼치의 일종)와 여름에는 시라사기 하모(갯장어의 일종)와 같은 계절별 특산물이 수조에 가득 차 있다. 생선은 회를 떠서 집으로 가져가거나 시장 내 바비큐 코너에서 바로 조리하여 즐길 수 있다. 구내 레스토랑인 마에도레 쇼쿠도에서는 그날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사용한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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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부터 봄까지 하리마 해의 프리미엄 고등어인 보제 사바는 히메지 마에도레 시장의 주요 메뉴다. 고젠은 밥과 주 반찬, 국, 쓰케모노(절임), 부 반찬 등을 세트로 제공하는 정식을 뜻한다. 하리마 해에서 잡히는 자연산 마사바(주둥이 고등어)는 풍미를 높이기 위해 양식된다. 마에도레 횟집에서는 제철 회를 맛볼 수 있는데, 육질이 단단하고 달콤하며 지방이 많아 절묘한 맛을 이룬다.
겨울 속 따끈한 위로
히메지, 보타 나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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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타 나베를 주문하면 고소한 육질과 담백하고 바삭한 지방이 특징인 꽃처럼 생긴 멧돼지고기를 맛볼 수 있다. 식당 탐바사사야마 이로리 요리 이와야는 전통 보타나베를 제공하는 식당으로, 중앙에 화로가 있는 소박한 일본식 초가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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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인 이와모토 카즈야는 직접 재배한 쌀과 채소로 요리를 만들며, 직접 재배한 고시히카리 쌀은 뛰어난 맛과 식감을 자랑한다. "산과 조화를 이루며 산다"는 오너의 철학을 담아 고기 부위 하나하나를 엄선한다고 한다.
최고급 효고 와규만 사용하는
가코가와, 카츠메시
카츠메시는 젓가락으로 먹기 좋은 서양식 요리다. 밥 위에 소고기 커틀릿을 얹고 데미글라스 소스를 뿌려 삶은 양배추를 곁들여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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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돼지고기, 닭고기, 새우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혼케 카츠메시테이는 다르다. 최고급 효고 와규 소고기를 사용하는 오리지널을 고수한다. 50년 가까이 된 데미글라스 소스는 3일 동안 끓여 감칠맛과 단맛이 풍부하다.
아카시만의 타코야키
아카시, 아카시야키
가코가와에서 전철로 13분, 고베에서 약 12분 거리에 있어 고베를 거점으로 하는 여행에서 쉽게 들를 수 있는 도시 아카시. 오사카에서도 40분이면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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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밀가루, 쌀가루에 신선한 문어를 넣어 만들어 폭신폭신한 식감이 특징이다. 고소한 육수에 찍어 먹는다. 요리의 기원은 아카시 지역에서 과거 발달했던 모조 산호 산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약 140년 전, 아카시다마(조개껍데기나 소뼈 등을 가공해 만든 모조 산호 구슬)을 만들 때 광택을 내거나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과정에서 달걀 흰자를 사용했다. 그러다보니 달걀 노른자가 남았고, 그 노른자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노른자를 밀가루와 섞어 문어와 함께 조리하며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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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온타나 상점가는 JR 아카시역에서 도보로 약 3분 거리에 있다. 특히 '아카시 타코'는 다시마의 깔끔한 맛과 가다랑어의 진한 감칠맛이 어우러진 육수를 사용하는 등 최고급 재료를 사용하는 가게다. 색다른 맛을 원한다면 말차 소금이나 다른 조미료를 추가해 새로운 맛을 발견해 볼 수 있을 것.
소면 본고장의 맛
다쓰노, 이보노이토 소면
효고현은 소면을 기반으로 지역 특산품을 선보인다. 실처럼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상쾌한 식감을 가진 소면은 일본을 대표하는 얇은 면으로, 재료부터 조리법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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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면은 일본 수타 소면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유명한 이보노이토 브랜드의 본고장인 다쓰노시에서 완성된다. 하리마 지역의 밀과 깨끗한 물, 유명한 아카호 소금으로 만든 이 반슈 소면은 행운과 장수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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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체험을 통해 소면의 역사와 제작 과정을 배울 수 있다. 숙련된 장인의 작업 과정을 지켜본다면 박물관 내 레스토랑인 이오리에서 제공하는 소면이 더욱 맛있어질지도 모른다. 여기서는 부드럽고 탱탱한 식감의 차가운 소면이나 국물이 가득한 푸짐한 누멘을 제공하며 소면은 선물용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
열 접시는 뚝딱
이즈시초, 사라 소바
기노사키 온천에서 버스로 약 2시간 40분이면 도착하는 이즈시초에서는 이즈시 사라 소바(접시 소바)를 꼭 맛봐야 한다. 마을 곳곳에 약 40개의 소바 가게가 있는데, 얇고 쫄깃한 면을 작은 개별 접시에 담아 독특한 식감과 특별한 풍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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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빕 구르망에 선정된 사라 소바 진베에서는 모든 재료를 갓 갈고, 갓 만들고, 갓 삶아 신선하다. 주문하면 기본적으로 5접시가 나오는데, 남성은 평균 10~15접시, 여성은 7~8접시 정도를 먹는다. 날달걀, 간 참마, 파, 무와 같은 토핑을 추가하여 개인 취향에 맞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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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이즈시에 머무는 동안 '타지마의 작은 교토'라고 불리는 그림 같은 거리를 둘러 보며 역사적인 매력에 흠뻑 빠져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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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남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