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폭발 미스터리…“이스라엘, 유령회사 세워 직접 제조”

2024-09-19

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삐삐) 폭발 작전’을 위해 직접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폭발물이 주입된 호출기를 제작했다는 설명이 나왔다. 이 설명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 작전을 2022년 이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이며, 비밀 정보부대인 8200부대가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호출기 폭발 사건에 관한 설명을 들은 전현직 정보 당국자 12명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호출기 제조사로 위장하기 위해 ‘BAC 컨설팅’이란 유령회사를 설립했으며 이스라엘이 직접 호출기를 제조했다고 보도했다. BAC 컨설팅은 레바논에서 폭발을 일으킨 호출기를 제조한 것으로 지목된 업체다.

앞서 BAC 컨설팅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세웠는지를 두고 추측이 이어진 바 있다. 터진 호출기에 상표가 붙어 있던 대만 골드아폴로사는 자신들은 헝가리에 있는 BAC 컨설팅에 상표권만 허가해줬을 뿐 제조는 BAC 컨설팅이 했다고 주장했고, BAC 컨설팅 설립자와 헝가리 정부는 제조 사실을 부인했다. 이어 나온 NYT 보도는 이 업체 자체가 이스라엘의 기획 하에 설립된 유령회사라는 것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촬영된 BAC 컨설팅 건물을 보면 사무실보다는 가정집에 가까운 주택이다. 관계자들은 “BAC 컨설팅은 이스라엘이 위장을 위해 설립한 유령회사에 불과하며 호출기를 만든 건 이스라엘 정보당국”이라고 NYT에 전했다. 또한 이들은 호출기를 제조한 이스라엘 정보 요원들의 신원을 숨기기 위해 유령회사 최소 2개가 추가로 설립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폭발물이 숨겨진 호출기를 전달한 건 2022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관계자들은 그해 여름 이미 문제의 호출기가 헤즈볼라에 소량 공급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수년 전부터 이번 공격을 준비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호출기에 들어간 폭발물은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로 알려졌다. PETN는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폭발물 중 가장 강력한 축에 속한다.

BAC 컨설팅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도 일반 호출기를 생산했다. 그러나 진짜 목표는 헤즈볼라였고,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전쟁이 벌어지며 때가 찾아왔다. 이스라엘의 해킹을 우려한 헤즈볼라는 휴대폰 대신 호출기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됐고, 지난 2월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대원과 그 가족들에게 휴대폰을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 또한 간부급에게는 항시 호출기를 지니라고도 명령했다. 그러면서 헤즈볼라는 올 여름 호출기 수천개를 추가 수입했는데, 이중 상당수에 폭발물과 기폭장치가 심어져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작전을 계획한 주체로 이스라엘군 산하 비밀 정보부대인 8200부대가 지목됐다. 일찌감치 배후로 거론된 이스라엘 정보기관(모사드 등)에 속하지 않은 8200부대가 새로 등장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서방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8200부대가 1년 이상 이 작전 계획 단계에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전언에 따르면 8200부대는 제조 공정상 폭발물 삽입 방법을 시험하는 일을 했다.

8200부대는 미 국가안보국(NSA)과 유사한 정보 기능을 수행하며, 과거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을 저지하고 이란의 핵개발을 무력화하는 작전에도 나선 적이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부대원들은 이스라엘군에서 가장 뛰어난 인원들로 평가받으며 소프트웨어 해킹, 암호화 등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호출기에 이어 18일 레바논에선 무전기(워키토키)가 동시에 폭발해 20명이 숨지고 450명 이상이 다쳤다. 폭발한 무전기에는 일본 통신기기 제조사 ‘ICOM’(아이콤)의 상표와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일본에서 생산)’이 붙어 있었으며 아이콤의 모델로 식별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이콤 측은 폭발한 무전기가 자사 정품이 아닐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아이콤 관계자는 “보도에 나온 기기를 보면 정품 홀로그램이 없다”며 “모조품이 대량으로 나돌았던 적도 있어 가짜라고 생각한다”고 일본 지지통신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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