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이희조 기자(love@mk.co.kr)
개인간 거래도 자금관리 투명하게
가족간에도 모임통장 사용 급증
인뱅 위주 상품도 시중은행으로 확대
은행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 ‘모임통장’이 있다. 소소하지만 생각보다 알찬 서비스를 제공해온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시작된 이 서비스는 여러명이 하나의 모임을 조직할 때 회비관리 등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시작됐다. 이 서비스 자체가 앱으로 편하게 접근이 되어야 의미가 있었기에 초반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주로 운용해왔다.
이제 현금보다 온라인 계좌송금이 대세인 시대가 오면서 모임통장 서비스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은 깨졌다. 기본적으로 통장 하나에 여러명이 들어가 있는만큼 은행 입장에선 한꺼번에 다수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상품 출시나 관리에 거의 비용이 안드는데, 의외로 여기에 꽤 목돈이 몰리기에 은행 입장에선 어쩌면 당연히 출시해야 할 상품이었던 것이다.
과거 오프라인 위주로 운영하다보니 인기가 없어 시들했던 시중은행들의 모임통장은 최근 다시 날개를 달 기세다. 은행 입장에서 자금 조달을 위해선 저원가성예금이 필수인 상황에서 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에 최근 서비스 리뉴얼과 재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SOL모임통장’을 출시한다. 신한은행은 2011년 모임통장 전용 앱 ‘김총무’를 출시했지만 저조한 이용률 등을 이유로 2022년 6월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3년 만에 다시 출시하는 것이다.
시중은행 모임통장 상품 중 최초로 적금통장 기능을 갖췄다는 것을 특장점으로 내세운다. 모임 멤버들이 특정 목표를 위해 금액과 기간을 설정하고 다 같이 돈을 모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른바 ‘단체적금’이다.
또 신한은행 고객이 아니더라도 모바일 웹을 통해 모임통장에 참여할 수 있다. 과거 금융권에서 출시된 모임통장은 해당 금융사 이용자가 앱을 설치해야만 참여가 가능한 것과 차별화된다.
거래내역 영수증 첨부 기능도 더해 통장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돈의 액수와 사용처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참여 멤버들에게 모임통장의 거래 세부 내용을 속이는 방식으로 ‘곗돈 먹튀’가 발생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신한은행 측 설명이다.
모임통장에 모인 돈이 고액일 경우에 이자 한푼이 아쉬운만큼, 한동안 쓸 일이 없을 때 파킹통장에 넣어두면서 이자를 받을 수도 있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선보인 ‘KB모임금고’는 파킹통장 서비스다. 모임통장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이 여유자금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모임통장보다는 파킹통장의 개념이 더 강하다. 최고금리는 연 2.0%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새 뱅킹 앱인 ‘뉴원뱅킹’ 출시와 함께 앱에 모임통장 기능을 신설했다. 하나의 모임에서 카드 여러장을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나은행에서도 ‘하나원큐’ 앱을 통해 모임통장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기존에 사용중이던 계좌가 있다면, 이를 모임기능과 연결시켜 쓸수 있기 때문에 시중은행 가운데선 가장 소극적인 형태의 모임 통장이다. 다만 체크카드와 연동해 음식점이나 커피전문점 등에서 모임 전용 체크카드 이용 시 월 최대 1만원의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의 모임통장 출시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저축은행중앙회는 모임통장 시스템 구축 절차를 밟고 있으며, 자금조달과 고객확보가 시급한 저축은행들이 향후 공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