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쿠팡 캠프에서 일하다 쓰러져 숨진 김명규씨(48)의 부검 결과와 건강 관련 기록을 검토한 직업환경의학전문의가 “과로사로 추정된다”고 했다. 쿠팡은 김씨가 과로로 죽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진보당 환경노동위원들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건강한 노동자가 심장질환만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것은 가장 큰 원인이 직업적 원인”이라고 했다.
과로사대책위가 이날 공개한 김씨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를 보면, 국과수는 지난달 12일 김씨의 사인을 고도의 심장동맥경화(급성 심근경색증 포함)으로 추정했다. 국과수는 “심장에서 고도의 심장동맥경화와 심근세포의 비후를 보는 바, 이런 심장의 병변과 연관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급작스러운 심장 기능 이상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심장 문제 외에 사인으로 볼 만한 사항은 없었다고 국과수는 판단했다.
임 원장은 “급성 단기간 과로가 아닐까 (추정된다)”며 “김씨의 업무량을 봤을 때 그 전에 하던 일보다 최소 수배 이상 강한 강도로 일하지 않았나 추정된다”고 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김씨가 업무강도가 낮은 프레시백 자동세척을 했고, 법정 휴게시간의 3배에 달하는 휴게시간을 부여받았다고 했다. 김씨가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갖고 있었다고도 했다.
임 원장은 “건강검진자료나 의료자료를 면밀히 검토해 보니, 쿠팡에서 말하는 고지혈증은 약을 먹지 않는 아주 초기의 단계였다”며 “의사들이 ‘수치가 조금 높으니 운동하세요’라고 말하는 정도였다”고 했다.
과로사대책위는 김씨의 업무강도가 낮았다는 쿠팡CLS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김씨는 초보자들은 하기 힘든 프레시백 적재·랩핑·운반 업무를, 그것도 2명분의 일을 했다”며 “휴게시간도 일을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5분 정도 휴식을 취한 게 전부”라고 했다.
대책위는 “쿠팡의 거짓 해명은 쿠팡 스스로의 선의에 기대 근로조건 등의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며 “국회는 쿠팡 청문회를 개최해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고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씨의 아내 우다경씨(52)는 “쉴새없이 2시간 정도 일하다 5분 정도 쉬고 남편이 저에게 와서 버겁고 힘들다고 했다. 다시 일을 시작하고 5분 뒤 남편은 쓰러져 사망하고 말았다”며 “쿠팡은 남편의 죽음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8월18일 쿠팡 시흥2캠프에서 야간노동을 하던 중 쓰러져 숨졌다. 한 설계감리업체 관리직이던 김씨는 휴일에 아내 우씨와 쿠팡 캠프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세 번째 근무일에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