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박양지 기자] 과잉 우려가 있는 비급여 진료를 정부가 '관리급여'로 지정해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한다. 새 실손보험 체계에선 이들 항목의 자기부담률을 95%로 대폭 올려 실손보험만 믿고 불필요한 진료가 이뤄지는 것도 막을 방침이다.
정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8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비급여 적정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 방안 등이 포함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와 관련해 꼭 필요한 비급여는 급여화를 지속 추진하고, 나머지 일반 비급여에 대해선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시장 자율에 맡겨진 비급여가 과도하게 팽창해 필수의료 약화로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과잉 우려가 있는 일부 비급여 항목은 '관리급여'를 신설해 건강보험 체계에서 관리하되, 본인부담률을 95%로 높게 가져간다.
관리급여 대상은 의료계와 수요자, 전문가 등이 참여해 진료비 증가율, 병원별 가격 편차, 환자 안전 우려, 치료 필수성, 오남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하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평가를 통해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의개특위는 이날 관리급여 항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지만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 비급여 진료비 상위 항목들이 우선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항목 선정 작업 등을 거쳐 이르면 하반기부터 관리급여 제도가 운영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정부는 또 미용·성형 목적의 비급여진료를 하면서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불필요하게 급여치료를 병행하는 경우 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건보를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경우엔 계속 급여를 인정한다.
이와 함께 비급여 항목에 대해 재평가해 안전성·유효성이 부족할 경우 퇴출하는 기전을 마련하는 한편 '영양주사'처럼 표준화된 명칭이 없는 선택 비급여에 명칭과 코드를 표준화해 환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과잉 우려가 큰 비급여에 대해선 항목별 가격과 사유, 대체 항목 여부 등을 환자에게 사전에 설명하고 동의받아야 한다.
비급여의 통합적·체계적 관리를 위해 '비급여 관리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도 검토한다. 실손보험의 경우 앞으로 출시될 5세대 실손에선 비(非)중증·외래 진료를 중심으로 자기부담률을 지금보다 높인다.
현재 실손보험은 급여항목에 대해선 건보에서 보장되는 금액을 제외한 환자 본인부담금, 본인부담 100%인 비급여항목에 대해선 진료비 전체에 대해 일정부분 자기부담률을 적용해 나머지를 보상해주고 있다.
이 가운데 급여항목의 경우 실손 자기부담률이 4세대 기준 20%인데, 앞으로 외래의 경우 이를 건보 본인부담률과 연동한다.
가령 비응급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 외래 이용 시엔 건보 본인부담률이 90%여서 평균 22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하는데, 실손 가입자라면 이 중 20%인 4만4천원만 내는 셈이었다. 그러나 앞으론 22만원 중 90%인 19만8천원이 환자 몫이 된다.
또 만약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편입되고 가격이 10만원으로 결정된다고 치면 진료 당시 환자가 95%인 9만5천원을 내고, 실손을 청구한 후에도 이 중 5% 정도만 돌려받기 때문에 결국 9만원가량을 환자가 내게 된다.
다만 입원환자의 급여 치료에 대해선 지금처럼 실손 자기부담률이 유지된다. 같은 도수치료여도 입원인지 외래인지에 따라 실손 보험금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또 실손 비급여 특약을 중증과 비중증으로 구분해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중증 비급여 특약의 경우 암 등 산정특례 질환 대상자에 대해 연간 자기부담금 한도(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입원 한정)를 설정해 초과분을 추가로 보상한다.
비중증 비급여 특약은 자기부담률을 상향하거나 보장한도를 축소한다. 이를 통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기존의 30∼50% 내외로 낮아질 것이라고 정부는 예상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일단 5세대 실손과 재가입 주기가 돌아온 2∼4세대 실손에 적용하고, 재가입 주기가 없는 1세대와 2세대 초기 가입자에 대해선 희망자에 한해 인센티브를 주고 재매입을 추진한다.
당초 정부는 지난 1월 토론회에서 초안을 발표하면서 1세대 실손에 대해서도 재가입 주기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으나 이번 발표에선 빠졌다.
정부는 이와 함께 실손보험 운영 투명성을 위해 보험사별 수익, 보험손익, 손해율 등을 세대별로 공시하게 하는 한편 병원들이 실손보험을 앞세워 오해 소지가 있는 공고를 하지 않게 보다 구체적으로 규율할 방침이다.
실손보험 개편의 구체적인 내용은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 확정해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