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북한으로의 송환을 요청하고 있는 비전향 장기수와 관련해 “북한으로, 자기 고향으로 가겠다는 걸 뭘 막느냐”며 송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비전향 장기수는 사상 전향을 하지 않은 북한군 포로나 남파 간첩을 지칭하는 말로, 이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튀르키예로 향하는 공군 1호기 안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전향(비전향) 장기수는 지금 나이가 다 아흔이 넘어서 오늘내일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분들”이라며 “(이들을) 잡아 놓으면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경색된 남북 관계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교류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비전향 장기수 송환과 관련된) 그 노력조차도 (북한이) 반응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그래도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끊임없이 우리의 선의를 전달하고, 의심하면 한 번 얘기하는 것보다 두 번 얘기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군사 분계선이 불명확하니까 서로 자기 땅이라고 우기다가 진짜 총격전이라도 벌어질 수가 있다”며 “‘대화해서 선을 긋자’ 이런 것이라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달 16일 비전향 장기수 안학섭(95)씨가 러시아·중국 등 제3국을 경유하는 방식의 북송 지원을 요청한 데 대해 “인도적·인간적 차원에서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을 추진해나간다는 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며 “북한의 의사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역시 지난달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안씨 관련 질문을 받고 “여건이 되면 비전향 장기수를 송환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1930년생인 안씨는 6·25 전쟁 당시 북한군으로 참전했다가 1953년 4월 체포됐고, 42년간 복역한 후 1995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인물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파악한 비전향 장기수는 안씨를 포함해 모두 6명으로, 모두 북한 송환을 요청했다. 정부는 이들의 송환 논의를 계기로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트는 방안을 고민 중이나, 아직 북한 측의 반응이 없는 상태다. 비전향 장기수의 북한 송환은 과거 두 차례 이뤄졌다. 김영삼 정부 첫해인 1993년 3월 ‘인민군 종군기자’ 출신 이인모씨가 판문점을 거쳐 북한으로 갔고,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63명이 판문점 경유해 송환됐다.
앙카라=윤성민 기자, 서울=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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