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세 승계 완성했지만...‘유증 연계’ 꼬리표는 숙제

2025-04-01

김승연 회장, 한화 지분 절반 넘겨...경영 승계 공식화

대규모 유증 발표·증여 맞물려...자금흐름 의혹 지속

한화그룹이 3세 승계를 공식화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보유 중인 ㈜한화 지분 절반가량(11.32%)을 세 아들에게 증여하며 사실상 지주사 경영권 이양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시점과 자금 흐름을 둘러싸고 유상증자와의 연계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와 지분 증여가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승계 재원 마련과의 연관성을 둘러싼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3월 31일)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보유 중이던 지분을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에게 각각 4.86%, 3.23%, 3.23%씩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한화의 최대주주는 한화에너지로, 한화에너지는 세 형제가 지분 100%를 나눠 보유하고 있다. 이번 증여로 삼형제의 ㈜한화 지분율이 42.67%까지 높아지면서 경영권 승계가 완료됐다는 게 한화그룹 측 설명이다.

논란의 핵심은 지분 증여에 필요한 자금 활용과 그 시점에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월 20일 역대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가장 큰 규모(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는 방산사업의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으나 현금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대규모 증자에 나선 배경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지배구조 안의 복잡한 자금 흐름도 의혹을 키웠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한화오션 인수 자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13일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와 한화에너지(2.3%) 등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인수했다. 지분 인수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율은 기존 34.7%에서 42.0%로 늘어났다. 이를 통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파트너스는 1조300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문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 현금 1조3000억원을 쏟아부어 한화오션 지분을 매입한 뒤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한화는 인수 당시 “자본 조달은 영업 현금 흐름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했으나 불과 한 달 후 입장을 번복했다. 이에 주주들 사이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에 회삿돈을 쓰고 그 비용을 주주들에게 전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며 주가가 대폭 하락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논란에 대응해 지난달 2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상태다. 형식상으로는 주주 소통을 강화하라는 취지였지만 유상증자의 정당성과 투명성에 사실상 제동을 건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정치권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최근 어떤 상장회사가 3조6000억원 유상증자 발표로 주가가 하락해 많은 개미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힌 뒤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면서 “이러니 자본시장을 현금인출기로 본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며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언급했다.

업계에서도 민감한 시점에 잇따른 결정이 이뤄진 만큼 보다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정치권 전반에서 ‘자본시장을 이용한 대기업 승계’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는 흐름이 확산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은 유상증자와 지분 증여가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논란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날 김동관 부회장을 비롯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원들은 약 90억원 규모의 회사 주식을 장내 매입했다고 공시하는 등 책임경영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의심과 기대로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한쪽에서는 자금 흐름의 불투명성과 시점의 미묘함을 문제 삼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회사의 대응과 절차적 정당성에 집중하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갑작스런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 이후 한화의 증자 참여를 위한 재원 마련 방식과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부각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증여 결정은 그룹 승계와 관련해 어떠한 변칙적인 방법도 동원하지 않을 것이란 의지를 시장에 표명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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