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회사 경영 내실을 다지고 규모를 키워 글로벌 반도체 장비 수리 업체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하겠습니다.”
올해 1월부터 반도체 장비 및 부품 플랫폼 선도 기업 서플러스글로벌 자회사인 이큐글로벌을 진두지휘하는 최태호 대표는 반도체 업계서 약 30년간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처음 LG반도체에 입사해 동부아남반도체, SMIC(중신국제반도체), SK키파운드리를 거치며 엔지니어링 경험과 기술 마케팅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해왔다. 최 대표를 만나 회사 경영 방침과 목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 일답.
-취임 후 조직 문화 등 새롭게 바꾼 게 있는지.
▲취임한 지 두달 밖에 안돼 아직 조직 자체를 바꾼 건 없고 기업문화 측면에서 내 경험을 바탕으로 세 가지 정도 새롭게 제안하고 추진하고 있다. 첫 번째 투명한 일처리해라, 두 번째는 좀더 자율적으로 의사를 개진하고 토론 문화를 갖자, 세 번째는 직원간 협업이다. 이 세 가지 위주로 기업 문화를 바꿔 나가자고 임직원에게 강조했고 진행하고 있다. 임직원들 반응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올해 사업 목표는.
▲작년 매출은 230억원 정도 달성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약 15~20% 높게 매출 목표를 잡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의 10% 정도 예상하고 있다. 업력이 25년 됐지만 크게 성장한 적이 별로 없다. 최근에 매출이 오르긴 했지만 전체적인 이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가지 변화를 주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시스템을 좀더 효율적으로 개선해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 계획하고 있는 경영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커스텀 파이프라인 강화, 둘째 반도체 중고 장비 수리 캐파 역량 개선, 셋째는 TAT(Turn Around Time), 즉 수리속도 단축이다. 일주일 걸리던 작업을 3~4일로 줄이면 매출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이 세 가지를 전제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게 올해 경영 계획이다. 지금은 신사업보다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좀더 집중해 시장 지배력 확보하는 게 단기 과제다. 중기적으로는 신사업을 준비하고 M&A까지 포함해 회사 규모를 늘려 장기적으로 5년 내 IPO가 목표다.
-해외 사업 계획은.
▲현재 중국 우시와 싱가포르에 수리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직원 4명을 파견해 상주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협의 중이고, 대만은 신규로 개발하고 있는 고객이 있는데 연말에 제품 검증이 잘 되면 지사 설립이 가능할 것 같다. 최근 서플러스글로벌 독일 지사가 설립됐고 지사장이 후공정 쪽에 경력이 많다. 이 분을 통해 유럽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해외 사업에 가장 큰 걸림돌은.
▲아무래도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관련 정책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고객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인데, 이 회사들이 타격을 받으면 이큐글로벌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직접적인 영향은 크다고 볼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잘 돼야 우리도 비즈니스 확대가 가능하다. 미중 무역 갈등도 올해 가장 큰 위협요소가 될 것 같다. 미국의 여러가지 제재가 중국 비즈니스에 장애물이 될 것이고 이걸 극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오는 6월 론칭 예정인 세미마켓 부품몰 서비스 확대 전략은.
▲서플러스글로벌 일정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일단 기존에 갖고 있는 장비나 부품 판매부터 시작해 12월 정도에 온라인화가 완성될 것이다. 그러면 전 세계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형태로 발전할 시킬 예정이다. 이큐글로벌은 리페어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세미마켓에 올리는 장비나 부품에 리페어 서비스를 추가하면 프리미엄 서비스로 발전할 것이다. 이런 서비스는 세계 최초라고 볼 수 있다. 온라인으로 반도체 중고 장비나 부품 판매는 거의 미개척 분야다. 보통 반도체 부품 거래는 대부분 현장에서 장비 상태를 보고 부품 공급하고 엔지니어 파견해서 수리하는 방식이다. 회사가 원하는 부품이나 장비를 찾기도 힘들었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일이다. 그러나 세미마켓 부품몰이 활성화 되면 판매자나 구매자가 직접 컨택이 가능해 빠른 정보 교환이 가능하고 원하는 부품도 빠르게 받아 볼 수 있다. 중고부품 정보와 가격도 투명해져 시장 건전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는 D램 호황기였다. 그 때는 만들기만 하면 돈이 되는 시절이었다. 그런 좋은 시절이 다 지나가고 외환위기를 겪으며 반도체 경기가 부침이 심해졌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라고 하나 아직 비메모리 쪽은 아니다. 파운드리 인프라도 부족하고 정부 정책 지원도 아쉽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쪽은 알아서 잘 하지만 나머지 파운드리나 비메모리 분야는 정부가 지원해 주지 않으면 설자리가 없어진다. 예전에는 대만 TSMC와 같은 기업들이 국내에도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대만 정부 지원도 있었겠지만 사회적 공감과 인프라가 합쳐져 지금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비메모리 강국이 됐다. 파운드리는 메모리보다 휠씬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런 다양성을 이해 못하면 절대 발전할 수 없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도 대만 사례를 본받아 파운드리 산업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