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물류자동화 협력
LG, SK 이어 삼성그룹 캡티브 마켓 진입 가능성 ↑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기자] 진공 및 물류자동화 로봇 개발, 전문 제조사인 티로보틱스가 삼성전자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손을 잡으면서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미 LG그룹 계열사, SK온을 비롯해 미국 전기차향 레퍼런스를 구축한 상황에서 삼성이 추진하는 공정 자동화 밸류체인까지 올라타면서 막강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국내 대기업 3사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동시에 디스플레이 공정에서부터 2차전지, 반도체 공정까지 아우르는 오토메이션 특화기업으로 입지를 강화, 밸류에이션 리레이팅(기업가치 재평가)도 기대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티로보틱스의 안승욱 대표, 박현섭 센터장 등은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정호 대표, 임정수 기술이사 등은 레인보우로보틱스 본사에서 만나 '스마트팩토리 물류자동화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시장은 '스마트팩토리 물류자동화' 라는 키워드에 호응했다. 해당 MOU 소식이 알려진 후 티로보틱스는 11일 오후 2시35분 현재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전일 대비 30% 가량 오른 1만24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양사 협약의 방점이 물류자동화에 찍혀 있는 만큼 AGV, AMR 등 물류자동화 부문에서 사실상 유일한 양산 레퍼런스를 보유한 티로보틱스에 시장의 기대감이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장에서 티로보틱스의 공급망 물꼬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폭넓게 존재했는데, 이번 MOU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심리가 투심으로 직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시장 일각에서 MOU 이전 양사의 협력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기도 했으나 설왕설래가 이어지면서 투심이 선반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삼성전자 자회사와 공식 협력을 발표하면서 삼성그룹이 그리는 '큰 그림' 안에 안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콜옵션을 일부 행사하면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율을 14.7%에서 35%로 확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향후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계열사 현장(캡티브 마켓) 내에서 추진하는 오토메이션을 양사가 전담하는 구조로 협력이 전개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을 발족하고, 전사적 자동화 공정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능형 휴머노이드 AI 로봇 개발에 강점을 갖고 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플랫폼 솔루션 SW를, AGV 및 AMR 제조에 특화된 티로보틱스가 하드웨어를 담당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D램 공정 현장에는 경량형 0.4t AMR이 들어가고, 8.6G 대형 원장 패널이 생산되는 삼성디스플레이에는 대형 진공로봇을 비롯해 대형 AMR, 중량이 요구되는 배터리 제조 현장(삼성SDI)에는 3t AMR이 개발, 공급되는 그림이다.
업계에서 꼽는 티로보틱스의 강점은 디스플레이 공정용 진공로봇부터 중대형 물류자동화 로봇까지 구동부 설계, 정밀 제어 기술이 독보적이라는 점이다. 이미 SK온 배터리 공정 현장을 비롯해 LG그룹의 주요 계열사 현장, 글로벌 전기차 메이커(엔드유저 기준) 등에 티로보틱스의 AMR이 양산 공급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장비회사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과 수년 간 협업하면서 중화권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 글로벌 반도체에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국내 일부 대기업들이 중국 AMR 제품을 도입하고 있는데, 가동이나 품질경쟁력 등이 상대적으로 열세인데다 메인터넌스(유지보수) 등 국내 고객사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미국의 관세 문제와 맞물려 AMR 로봇 시장의 무게추가 한국으로 기울고 있어 티로보틱스가 호기를 맞이했다"고 강조했다.
올해 삼성을 비롯한 국내 반도체, 2차전지 메이커들이 투자 재개를 공언하고 있어 고객사 대응 여력과 양산 이력이 두터운 티로보틱스에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티로보틱스는 중국 역시 향후 AMR 타깃 시장으로 보고 있다.
다소 지연됐던 PO(구매주문)와 신규 물량이 수주되면 실적 상승은 물론 턴어라운드 가능성도 크다. 연속 손실을 겪고 있는 티로보틱스는 지난해 3분기 흑자전환하면서 기대감을 높였으나 4분기 인도가 일부 지연되면서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07억원, 영업손실 64억원을 기록했다. 수주 밀물을 전제로 티로보틱스는 올해 흑자전환을 점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대기업-로봇회사 짝짓기가 진행된 상황에서 티로보틱스의 특정 대기업 투자 유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LG전자는 로보티즈의 지분 7.5%(2대주주), SK그룹(SK Battery America)은 유일로보틱스의 지분 13.47%(2대주주)를 보유하고 있다. 티로보틱스가 삼성전자 계열사와 손을 잡은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한 배경이다. 티로보틱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티로보틱스 관계자는 "현재 우리의 매출처가 특정 대기업(캡티브 마켓)에 한정돼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이 갇혀버리는 선택을 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다만 글로벌 물류자동화 시장 저유율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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