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을 강조하는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

2025-06-04

비장동맥류 파열로 대학병원 응급실에 걸어 온 환자 A는 수술할 외과 의사가 없어 9시간이나 기다리던 중 대량출혈로 급사하였다. 대동맥박리증으로 대학병원에 119로 입원한 환자 B는 응급 흉부 CT 검사를 받았으나 6일이 지나서야 영상 판독되었고 그 사이 대동맥 파열로 사망하였다. 대학병원에서조차 수술할 외과 의사, 판독할 영상의학과 의사가 없어 눈앞에서 남편과 아버지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우리 의료현실이다. 지금 이 순간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생명은 이념보다 중요하다. 보건의료정책은 보수와 진보주의 이념과 상관없다. 국민은 그냥 기본적인 삶을 살아가기 바란다. 대통령선거에서 보였던 이념적 편향성, 정치적 갈등을 뒤로하고 지속발전 가능한 보건의료정책이 적극적으로 집행되어야 한다.

의사가 부족해 환자 죽는 현실

공공의대 공약 실천해 바꿔야

의료정책은 이념과 상관 없어

의대 증원 정책도 계속되어야

이재명 대통령은 “지역의사·지역의대·공공의료사관학교 신설” 등 의료인력 대량양성을 선거공약으로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국립대병원 거점병원 역할 강화, 감염병 위기 대응 인프라 구축,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 주치의 중심 일차 의료체계, 방문·재택 진료 확대” 등은 환자를 진찰하고 수술할 의사가 없으면 실현 불가능한 허구이다. 선거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만 명의 의사가 다양한 양성과정으로 확충되어야 가능하다. 단순 재정투자나 법률 제정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우선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들지 않더라도 이재명 정부는 국민참여 의료개혁위원회를 가장 우선적으로 만들어 국민이 주도하는 의료개혁을 시작하여야 한다.

보건의료기본법에 도입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하루빨리 구성하여 “국립대병원, 공공병원 지방거점병원, 응급의료센터 근무 의사, 방문진료 의사” 등 필요한 의사 수를 확정하여야 한다. 천만 명을 넘어선 65세 이상 노인들을 찾아가는 방문진료서비스를 통해 재택진료, 재택임종의 질을 높여야 한다. 방문진료의사를 일반 의과대학과 공공의대 가운데 어디에서 양성할 것인지도 이재명 정부가 먼저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공공의대 신설은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와는 별개로 진행되어야 한다. 공공의대는 군의관, 보건의료원, 도서벽지, 농어촌 인구소멸지역 보건지소 등에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어서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인은 생명을 담보로 근무하는 직업인이므로 유사시를 대비하여 지나치다고 할 정도의 장기근무 직업군의관이 사전에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보건의료원, 보건지소는 지역주민 수 또는 잠재적 환자가 아무리 적더라도 설치·유지하여야 하고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진단검사의학과·영상의학과 등 필수의료 의사는 환자 내원 수와 상관없이 상주하여야 한다. 교도소·소년원·보호관찰소·외국인보호소·산재의료원·보훈병원·경찰병원 등에 장기간 근무할 의사 역시 공공의대에서 양성해야 한다.

이제 학교보건도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의사를 보건교사로 임용하여 모든 생애주기 중 가장 중요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배치하여 학생별 건강검진, 예방접종, 정신건강관리, 피임, 성교육 등을 전담시켜 건강하게 교육받고 건전한 사회인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일반의대의 의사 양성은 고등교육법을 개정하여 의학교육은 교육부장관이, 전문의 기술교육은 보건복지부장관이 각각 전담하도록 하여야 한다. 공공의대는 특별법을 만들어 일반 의과대학 출신 의사들이 기피하는 보건의료원·보건지소·국군병원·응급의료센터·재택방문의료지원센터에 근무하게 하되 상호 보완할 수 있도록 하여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제20대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졌고, 이번에는 과반의 지지율을 넘지 못했다. 지난 정부와 이번 대선에 참여하였던 상대 후보의 보건의료정책도 받아들여 사회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잘했다고 지지받은 정책이 의대 증원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대통령 직속 미래의료위원회 신설과 의료전문가 참여를 통한 의료시스템의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의료인 대량양성, 지역공공의대 신설, 500병상 이상의 공공병원 설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건강보험보장률 80% 확보 등 의료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공약하였다. 이재명 정부가 지향하는 보건의료정책 방향과도 같다.

국리민복까지 바라지 않더라도 대동맥박리, 비장동맥류 파열 등 초응급질환자가 대학병원에서 진단조차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비극만이라도 새 정부 들어서는 없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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