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성인 절반 이상 '장기적 울분 상태'…"세상은 공정하지 않다"

2025-05-06

성인 절반 이상은 '장기적 울분 상태'라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또 3명 중 1명은 우울한 상태로 나타났는데, 이런 비율은 특히 30대·저소득층에서 높게 나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정신건강 증진과 위기 대비를 위한 조사' 결과를 7일 공개했다. 지난달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을 온라인 조사한 내용이다.

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정신건강 수준을 묻자 평균 점수는 2.59점(5점 만점)에 그쳤다. 보통(3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좋지 않음'이란 평가가 48.1%로 절반에 육박했는데, '좋음'(11.4%)의 4배 이상이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 경고등이 커졌다고 보는 이가 훨씬 많은 셈이다.

여기엔 '경쟁·성과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꼽혔다. 또한 정치·사회·경제의 변동, 대형 재난 등으로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나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데엔 91.1%가 동의했다.

이번 조사에선 응답자들의 구체적인 감정·정서 상태도 들여다봤다. 중간 정도 이상의 우울(자가보고형 우울척도 10점 이상)을 느낀다는 비율은 33.1%로 나왔다. 연령대·소득 수준별로 보면 30대(44.9%), 월 소득 200만원 이하(52.6%)의 우울감이 제일 두드러졌다.

연구팀이 자가측정 도구로 주요 감정과 정서 상태를 5점 만점으로 측정한 결과 응답자들의 12.8%는 '높은 수준의 심각한 울분'(2.5점 이상)을 겪고 있었으며 이들을 포함한 54.9%는 울분의 고통이 지속되는 '장기적 울분 상태'(1.6점 이상)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2018년부터 동일한 척도로 시행해 온 울분 조사 결과 높은 수준의 심각한 울분 비율은 2018년(14.7%)보다는 낮았지만 지난해(9.3%)보다는 높았다.

심한 울분 비율은 30대에서는 17.4%였지만 60세 이상에서는 9.5%였다. 자신의 계층을 '하층'으로 인식하는 집단의 심한 울분 비율은 16.5%로 가장 높았지만 '상층' 집단에서도 15.0%가 나왔다. '중간층'에서 9.2%로 비교적 낮게 조사됐다.

공정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인 편이었다. '기본적으로 세상은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는 명제에 10명 중 7명(69.5%)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울분을 느끼게 하는 정치·사회 사안에선 정부 비리나 잘못 은폐,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 안전 관리 부실로 초래된 참사 등이 첫손에 꼽혔다.

최근 1년간 건강에 영향이 있을 정도의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는 이가 절반에 가까웠다(47.1%). 특히 40대(55.4%)와 30대(51.7%), 월 소득 200만원 미만(53.8%)이 이러한 스트레스에 취약했다. 스트레스를 주로 유발한 건 건강 변화(개인·가족 수준), 사회적 관계 변화(사회 수준), 정치 환경 변화(환경 수준)였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SOS' 신호를 보내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신적 문제가 생겨도 편견·낙인이 두려워 주변에 알리거나 도움을 구하지 못할 거란 응답자가 56.2%에 달했다. '내가 정신적으로 아프면 내 삶은 가치 없을 것'이란 비율도 거의 비슷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이윤경 박사는 "한국인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며, 앞으로 한국 사회가 정신건강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을 보여줬다"면서 "정신질환 예방·관리 사업에 좀 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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