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노년을 위협하는 5적

2025-05-07

우리나라는 60~64세 100명 중 64명이 일자리에 있다. 10년 전의 58명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 해당 연령의 취업자 수도 1년 동안 37만 명이 증가했다. 60세 이하 연령층에서 취업자 수가 18만명 감소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60세가 법정 정년 연령임에도 불구하고 60대는 여전히 취업 전선에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필자가 정년 후에도 재취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 ‘평생 일만 해야 하는가!’라면서 역정을 낸다. 산업화 시대를 살아온 베이비부머의 노동 역사를 감안하면 이런 불만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상대를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우리의 노후 준비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수명 길어지는데 정년 빨라져

공적·사적 연금 준비 미흡

세대 상생의 노동시장 필요

우선, 공적연금의 납입 보험료는 낮고 납입 기간은 짧다. OECD 회원국들의 보험료는 18%를 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9%였다가 최근 연금개혁에서 13%로 상향 조정했다. 납입 기간도 짧다. 국민연금을 새로이 수령하는 사람들의 평균 납입 기간은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이는 유럽 국가의 35년에 비해 턱없이 짧다. 미래는 획기적으로 나아질까? 2050년에 국민연금을 수령할 사람도 납입 기간이 24년 정도에 불과하다.

둘째, 정년이 빠르다. 우리나라는 법정 정년이 60세이지만 실제로 55세 전후이며 심지어 50세가 되기 전에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다. 서구 사회는 대체로 정년이 65세 이상이며 미국과 영국은 정년이 없다. 저축이 가장 많은 연령이 50대인데 이 기간에 주된 직장에서 나가게 되면 노후 준비를 위한 막판 저축이 어려워진다. 재취업을 하더라도 소득이 절반가량 줄어들기 때문이다.

셋째, 설상가상으로 자녀와 노부모를 같이 부양하는 더블 케어 가구가 많다. 만혼과 장수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다. 일본에서 사회문제가 된 바 있으나 우리나라는 더 심하다. 자녀가 늦게 독립하며 자녀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 결혼 비용이 세계에서 으뜸이다. 게다가 서구 사회와 달리 부모의 노후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고 국가의 복지 지원도 미흡하다. 자칫하면 간병비만 월 400만원에 이른다. 50대에 주된 직장을 나와 소득의 반이 줄어든 상황에서 더블 케어까지 맞게 되면 마이너스 저축 상황에 이르게 된다.

넷째, 사적연금의 중간 누수와 비효율적 관리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퇴직금 중간 정산을 많이 했다. 2005년 퇴직연금 도입 이후에도 중도 인출을 하다 보니 사적연금 자산 축적이 어려웠다. 또한 퇴직연금 DC(확정기여형)도 원리금 보장상품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다 보니 낮은 수익률로 인해 퇴직연금의 자산 축적 속도가 매우 더디다.

마지막으로, 평균수명은 길고 건강수명은 짧다. 평균수명이 길면 생활비 지출도 많을 뿐만 아니라 의료비 지출이 더해진다. 우리나라는 평균수명이 84세로 세계 3위이다. 미국은 78세이다. 평균수명만으로 비교해 본다면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6년의 생활비가 더 들어가는 셈이다. 한 해 4000만원 생활비이면 총 2억 4000만원이 더 필요하다. 게다가 평균수명에서 질병 및 장애 기간을 제외한 건강수명이 73세이니 고령 후기의 10년 정도는 상당한 의료비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이처럼, 선진국과 비교해서 우리나라는 주된 직장에서 일하는 기간은 짧고, 공적 및 사적 연금의 준비가 미흡하며, 여기에 더해 50대는 더블 케어로 지출이 늘어나고, 평균수명이 길어서 노후 지출액이 더 많으며, 고령 후기 10년 정도는 의료비 지출이 많아진다. 부득이 60세 이후의 재취업이 필수가 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실질적으로 은퇴하는 나이가 72세로 재취업 시장에서 머무르는 기간도 길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죽어서 천국에 바로 가지 못하고 연옥에서 영혼을 정화하듯이 우리는 은퇴 연옥을 거쳐야 완전한 은퇴를 할 수 있다.

우리의 노년을 개선하려면 다섯 가지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①입직(入職) 연령을 당기고 퇴직 연령을 늦추어 주된 직장에서의 근로 기간을 늘리고, ②재취업 시장을 체계화하여 정보 비대칭성을 줄이고, ③공적연금은 개혁하고 사적연금은 개선하며, ④사교육비를 줄이고, ⑤노후 부담을 사회와 국가가 일정 부분 분담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근저에 있는 것이 노동시장 개혁이다. 노동시장이 탄탄해야 연금도 탄탄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과 장수시대에 맞는 세대 상생의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하나같이 실행하기 만만치 않다. 평안한 노후를 만드는 지름길은 없다. 토대를 바꾸는 어려운 길을 외면하고 복지만 늘리는 손쉬운 길을 택하면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사회가 된다. 다섯 가지의 구조적인 차이를 극복해야 우리의 노년을 바꿀 수 있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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