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재입대, 인구절벽 난제 풀 해법 될까

2025-05-07

처음엔 신박한 주장으로 보였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니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최대 난제인 군 병력 부족과 노후 빈곤을 해결할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중장년층의 자발적 재입대를 통해 군 공백 일부를 해소하자는 ‘시니어 아미(Senior Army)’ 얘기다.

시작은 지난해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가 “현재 55~75세인 약 691만 명의 남성이 있다. 1%만 군에 자원한다면 약 7만 명의 예비 전력을 확보한다. 현재 병사들이 받는 월급까지 지급한다면 20만~30만 명은 충분히 동원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1%만 재입대해도 7만 명 병력

은퇴자 고용 늘려 경제적 자립

저출산·고령화 시대 ‘웃픈’ 대안

병역 의무를 마친 남성들은 군에 재입대하는 악몽에 시달릴 정도인데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시니어의 상당수는 국가를 위해 다시 한번 총을 들 각오가 돼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현재 중장년 민간 예비군 단체인 사단법인 ‘시니어 아미’ 공동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2023년 출범한 시니어 아미는 현재 가입자가 3000명에 달한다. 주 연령층은 50~70대지만, 90대 회원도 있고, 여성 회원도 30명을 넘는다. 그는 “지금 중장년은 젊은 세대 못지않게 신체적으로 건강하다. 휴전선과 해안초소 경계 근무 정도는 가뿐하다. 여기서 아낀 병력을 전투병 정예화와 과학기술 강군에 쏟는 게 한국군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고대유 대진대 교수 등이 국회사무처 정책연구용역으로 제출한 ‘전역자 재입대를 통한 군 경계병 도입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이런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군 복무 경험이 있는 50·60대에 경계병 역할을 맡기면 젊은 병력 부족 문제를 단기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초기 훈련 비용·시간을 줄일 수 있고, 빠른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 또 고령층의 재취업 기회를 확대해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모한다. 이는 경제 활성화와 고용 확대, 사회 안전판 마련에 기여한다.’ 고 교수는 “계약직 또는 민간 아웃소싱 형태로, 경계 임무와 같은 제한된 분야에 중장년층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군 병력 감소, 노인 빈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실질적인 대안”이라며 “미국·이스라엘 등에선 이미 비슷한 모델을 운영하고 있고, 군 조직의 유연성과 대응력을 강화하는 데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많은 우려가 있다. 중장년의 체력이 좋아도 시력·기동성 같은 다른 신체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나이가 많은 이들이 군대의 수직적 질서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이들에게 군 관련 업무를 맡기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절차도 만만찮고,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그런데도 어찌 보면 ‘웃픈’ 이런 해법이 참신한 발상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이미 한국 사회의 저출산·고령화가 사이렌을 울리고 있어서다. 병력 자원만 봐도 10여년 뒤면 육군 병력 30만명으로 3배가 넘는 북한군을 상대해야 한다. 노후 준비가 안 된 시니어의 은퇴가 늘면서 66세 이상 고령층의 빈곤율은 2009년 이후 줄곧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이미 성장은 둔화하고 있으며, 사회복지 비용이 급증해 국가 살림에 짐을 지운다.

국제정치 분야에서는 레이 클라인(1918~1996)의 ‘국력방정식’이 유명하다. 미국 중앙정보부(CIA) 부국장과 조지타운대 교수를 지낸 인물이다. 그는 국력(P)의 크기를 인구·영토(C), 경제력(E), 군사력(M)에 무형의 요소인 국가 전략(S), 국민의 의지(W)를 곱한 값으로 측정했다. P=(C+E+M)×(S+W)라는 방정식이다. 베트남전에서 베트남이 세계 최강 미국을 물리친 것, 이스라엘이 아랍권 국가 사이에서 건재한 것도 이 방정식으로 설명된다.

한국의 인구 감소 속도를 감안하면 C·E·M을 늘리긴 벅차다. 결국 앞으로 국력을 키우기 위해선 S와 W를 늘려야 한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외환위기를 극복한 한국민의 의지(W)야 문제없겠다만, 걱정은 S다. 국가 미래는 뒷전이고, 자신들의 승리를 위해 소모적인 정쟁(政爭)만 일삼는 정치권의 행태가 너무 익숙해서다.

정치권이 국정 책임을 느낀다면 이젠 ‘발등의 불’인 병력 자원 급감 사태와 노인 빈곤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국가 안보는 물론 경제·복지를 아우르는 핵심 ‘국가 전략’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난제와 관련해선 벌써 ‘장교·부사관의 장기복무 확대’, ‘군 계급 정년 폐지’, ‘노인 연령 상향’, ‘정년 연장’ 등 다양한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사회적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제 곧 대통령 선거다. 정치권이 포퓰리즘·매표 대결이 아닌 국가 미래와 비전을 위한 어젠다를 놓고 정책 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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