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세안 시장으로 활로 뚫나…말레이시아에 6700억 투자

[화이트페이퍼=최승우 기자] 현대차가 말레이시아에 약 6700억 원을 투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으로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아세안을 경제 활로로 삼으려는 포석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오는 2025∼2030년 말레이시아에 총 21억5900만 링깃(약 4억7900만 달러·한화 약 6735억 원)을 투자한다고 26일 밝혔다.

현대차는 현지 파트너사 이노콤과 협업, 2025년 중반부터 다목적차량(MPV) 스타리아 현지 위탁생산(CKD)을 시작한다. 생산 규모는 연간 2만 대로 시작해 점차 늘리며, 라인업도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MPV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생산되는 차량은 말레이시아 내수 시장 외에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약 30％)로도 수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료별로는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HEV)를 중심으로 생산한다. 이후 말레이시아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전기차(EV)로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아울러 말레이시아 내의 전기차 판매 확대, 충전 인프라 건설, 배터리 생산시설 구축 등 전기차 생태계 조성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로써 현대차의 CKD는 전체 10여 곳 중에서 절반가량(약 5곳)이 아세안 회원국에 위치하게 됐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인해 국내산 수출 비중이 50％에 달하는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외시장 다각화의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아세안은 총인구 6억7000만 명, 경제 규모 3조6000억 달러의 거대 시장으로, 탄탄한 내수와 저임금·저물가 등의 조건으로 인해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대차의 아세안 자동차 판매 점유율 약 30％를 차지한다. 현대차는 이를 아세안 공략 교두보로 삼고 2022년 인도네시아에 아세안 지역 첫 완성차 공장(HMMI)을 구축한 바 있다.

현대차의 아세안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출은 2021년 9만4575대, 2022년 10만1403대, 2023년 11만872대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