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휴·출산급여 수혜인원…고소득층이 5.5배 더 많다

2025-01-19

육아휴직 급여나 출산휴가 급여 같은 정부의 저출생 복지 제도의 수혜자가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의 경우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 안정적으로 고용보험을 납부하는 곳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평소에 보험료를 많이 내는 이들에 혜택을 더 주는 형태로 짜여진 복지 구조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체계가 양극화를 키우고 있는 만큼 선별 지원 확대 같은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19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년 사회보장 행정데이터 구축 및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0~1세 자녀가 있는 소득 10분위(상위 10%) 가구와 1분위(하위 10%) 가구 사이의 모성보호제도 수급률 격차가 5.5배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10분위의 경우 모성보호 지원을 받는 비중이 42.3%인 반면 1분위는 7.6%에 불과하다. 다른 분위를 봐도 기본적으로 소득 수준에 비례해 수급률이 높아진다. 0~1세 자녀를 둔 가구의 모성보호제도 수급률은 3분위에서 17.4%에 불과하지만 6분위에서는 28.1%로 올라간다. 8분위에서는 이 비율이 35.2%나 된다.

모성보호제도란 육아휴직 급여나 출산휴가 급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 등을 말한다. 문제는 고용보험 가입 자체가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육휴 급여나 출산휴가 급여는 보험 설계사와 캐디, 방문 판매원 등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나 자영업자가 가입하기 어려운 고용보험을 통해 지원된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 수혜 인원이 고소득층에 비해 크게 적은 것이다. 고용보험은 기본적으로 근로자와 기업이 납부하지만 정부는 올해만 고용보험에 5500억 원을 지원한다.

다른 저출생 지원 사업에서도 고소득층이 더 많이 받는 사례(인원 기준)가 많다. 아이 돌봄 서비스에서는 소득·재산이 모두 상위 10%인 가구의 수급 점유율이 4.09%로 가장 높았고 산모·신생아 건강 관리 사업도 4.21%나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연금도 대표적인 소득 역진적 복지 체계다. 보험료를 더 많이 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을 10%포인트 인상하면 2분위는 급여가 2만 4000원 오르지만 상대적 고소득층인 5분위는 24만 5000원이나 급증한다고 밝혔다.

건강보험도 마찬가지다. 보사연에 따르면 소득 1분위에 속한 18~64세 인구 중 중증 질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7.2%(2021년 기준)로 10분위(5.2%)보다 40% 가까이 높았다. 만성질환도 상황은 비슷하다. 보사연이 2023년의 15세 이상 인구의 입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득 하위 10%는 상위 10%보다 고혈압·당뇨병·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 입원할 확률이 1.8~2.8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건보 체계가 저소득층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건보료의 카크와니지수는 2021년 기준 -0.28로 나타났다. 이 지수가 음수라는 것은 처분가능소득이 높을수록 건보료를 상대적으로 덜 걷는다는 뜻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역진적인 성격이 강한 건보 지역 가입자에 저소득층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건보 지역 가입자에서 소득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중은 77%나 됐다. 직장 가입자 점유율이 29%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직장 가입자들은 소득에만 건보료를 매기지만 지역 가입자들은 재산도 포함해 부과한다. 문제는 재산 보험료 구조의 역진성이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재산 최저 등급(1등급)의 1만 원당 재산 보험료는 20.36원으로 최고 등급(0.63원)의 31배에 달한다.

병원 이용 문제도 있다. 고소득층은 병원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저소득층의 경우 비용 부담에 병원을 방문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건보료 부과 기준을 소득 기준으로 빠르게 통합해나가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는 보편 지원보다 선별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정부의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보사연에 따르면 아동수당 및 임시 출산 진료비 같은 보편 지원 사업의 빈곤율 개선 효과는 1.2%포인트로 사회보험(10.17%포인트)은 물론이고 서비스 지원(2.79%포인트)보다도 낮았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편 지원보다는 선별 지원이 불평등 해소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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