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찐 직관’ 문 올해 열린다…‘야빠’ 최고 직장, KBO 기록원

2025-02-09

스포츠 JOB 탐구생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관장하는 프로야구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역대 최다인 2017년의 840만688명을 가뿐하게 뛰어넘어 프로스포츠 관중 신기록(1088만7705명)을 썼다.

이처럼 KBO리그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관련 직군 수요도 함께 커졌다. 야구를 좋아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모인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는 ▶어떻게 하면 프로야구 구단 직원이 될 수 있는지 ▶KBO 입사를 위해선 어떤 스펙이 필요한지와 같은 이른바 ‘취업 뽀개기’(구직 성공을 뜻하는 은어)와 연관된 질문이 늘 뒤따른다.

KBO리그 흥행 돌풍과 함께 덩달아 주목받는 직군이 있다. 바로 KBO 기록원이다. 기록원은 경기의 모든 것을 받아 적는 ‘프로야구의 사관(史官)’이다. 삼진과 땅볼, 안타, 홈런, 야수선택, 벤치클리어링 등 경기 내내 벌어지는 상황을 빼곡하게 기록한다. 기록위원회 소속 기록원은 모두 15명으로 3월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4~9월 페넌트레이스, 10월 포스트시즌까지 장장 8개월간 야구와 호흡한다. 보통의 KBO 직원과 달리 현장에서 일하는 날이 많고 선수 출신이 아니어도 지원이 가능해 일반 야구팬들의 구직 선호도가 높다.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KBO 기록강습회에는 ‘현장 야구인’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사흘간 강의가 계속되는 점을 감안해 소수정예인 200명만 수강신청을 받았는데 모집 시작 36초 만에 정원이 채워졌다. 인터넷에선 기록강습회 수강신청 성공 노하우가 공유되고, 참가 인원을 늘려달라는 아우성까지 나올 정도로 인기가 상당하다.

기록강습회는 KBO가 출범 원년인 1982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연례 특강이다. 프로야구 1군과 2군 게임을 관장하는 기록원들이 경기 기록과 규칙, 야구 기록지 작성법 등을 강의한다. 훗날 KBO 기록원이 되려면 꼭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고, 기록원이 아니더라도 야구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선 반드시 들어야 할 수업으로 통한다. 기자 역시 스포츠 관련 취업준비생이던 10여 년 전 기록강습회에서 필기를 하고, 테스트를 봤던 기억이 있다.

올해 기록강습회를 주재한 진철훈(49) 기록위원장은 2002년 KBO에 입사한 베테랑 기록원이다. 지난해까지 1군에서만 1960경기를 두 눈으로 ‘직관’했고, 지난달 인사개편 때 신임 기록위원장을 맡았다. 진 위원장은 “마침 올해 신입 기록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 글을 보신 많은 분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운을 뗐다.

📍기록원으로 일하려면 담력이 필요하다?

선수는 기록에 민감하다. 안타인지, 실책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타구를 안타로 기록하면 당장 투수가 항의하고, 실책으로 적으면 타자가 쫓아와 성을 낸다. 더러는 이런 경우도 있다. 아래 일화는 익명을 요구한 기록원 A의 생생한 전언이다. 몇 년 전으로 기억한다. 페넌트레이스 막판 타격 타이틀 몇 개가 걸린 타자가 1루수 방면으로 땅볼을 쳤다. 눈으로 봤을 때 공이 1루수 미트 밑으로 지나가서 바로 실책으로 기록했다. 그런데 그 1루수가 타자에게 “수비수가 도저히 잡을 수 없는 타구였다”고 말한 대목이 화근이 됐다. 이야기를 들은 타자는 당장 기록실로 달려와 “이게 왜 실책이냐”고 항의하더라. 덩치 좋은 선수가 잔뜩 화가 나서 목소리를 높이니까 덜컥 겁이 나더라. 이때는 선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들리지가 않는다. 어떻게든 마음을 진정시키고 기록실 바깥으로 보내는 일도 기록원의 숨은 업무 중 하나다. 2022년부터 사후 이의신청 제도가 생겨서 현장 항의가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따금 기록실을 찾아오는 선수들이 있다. 기록원이라면 이들을 상대할 조금의 담력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 결코 우스갯소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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