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이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초대형 유조선을 나포한 사건을 “해적 행위”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참모진과 조카까지 미국의 제재를 받으며 사면초가에 몰린 마두로 대통령은 러시아나 남미 이웃 국가 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들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그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국영 VTV방송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카라카스 핀토 살리나스 지역 행사에서 “그들(미국)은 선원을 납치하고 배를 훔쳤으며 카리브해에서 범죄적인 해적 행위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어제 그들은 ‘캐리비안의 해적’처럼 대서양에 막 접어든 평화로웠던 상업용 민간 어선에 대해 군사적 공격과 납치, 강탈을 감행하는 절대적으로 범죄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저질렀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정부 주장처럼 유조선 억류가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일어난 것은 아니며 대서양과 맞닿은 그레나다 섬 인근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섬은 베네수엘라 영토와 약 160㎞ 거리다. 또 해당 유조선은 19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베네수엘라 내무장관도 전날 한 행사에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을 언급하면서 “주인공 잭 스패로는 영웅이지만 이들(미국)은 바다를 떠도는 범죄자, 해적”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마두로 정권이 원유를 밀수출해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 데이터 분석 업체 윈드워드의 수석 분석가 미셸 바이즈 보크만은 “수백 척의 국적도 없는 유조선이 마두로 정권, 이란, 크렘린(러시아) 같은 정권의 생명줄이 돼 왔다”며 “(미국의 유조선 억류 압박으로) 그들은 더 움직일 수 없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전날 베네수엘라 근처에서 미국에 의해 붙잡힌 ‘더 스키퍼’ 호는 가이아나 국기를 달고 있었으나 가이아나에 등록된 선박이 아니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위기가 다가오자 마두로 대통령은 친 베네수엘라 국가들에 연대를 요청했지만, 군사 지원은 못 받았다.
크렘린궁은 이날 성명을 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마두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점점 커지는 외부 압력에 맞서 국가 이익과 주권을 수호하는 마두로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라면서도 무기 지원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 1기 때인 2018년 미·중 긴장이 고조되자 핵무기를 실을 수 있는 Tu-160 폭격기 두 대를 베네수엘라로 보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또 크렘린궁은 두 정상이 “상업·경제, 에너지, 금융, 문화·인도주의 및 기타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일관성 있게 추진하려는 상호 의지를 확인했다”고 했는데, 안보 분야에서 협력하겠다는 내용은 담지 않았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군이 카리브해와 태평양에서 마약 단속을 명분으로 어선을 공격하는 상황과 관련해 반미 성향의 남미 국가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려 했지만, 이들 국가는 베네수엘라와 손을 잡지는 않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이날 마두로 대통령과 “짧게 통화했다”면서 대화에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 관계이긴 하지만 투표 결과 조작 의혹을 받는 마두로 대통령 편을 들지는 않고 있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에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에 치명적인 군사력을 사용해 광대하게 매장된 석유를 탈취하려 한다”며 “이러한 의도는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 안정성과 국제 시장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린다”는 서한을 보냈지만 이들 국가는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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