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이자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당분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머물겠다고 밝혔다. 자국에서 저항을 이어나가겠다던 방침을 바꾼 만큼 그의 망명 가능성이 거론된다.
마차도는 1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물론 (베네수엘라로) 돌아갈 거다”라며 “내가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곳은 베네수엘라였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의 대의를 위해 오슬로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오슬로에 머물기로 한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에 의해 음모·증오 선동 및 테러 행위 혐의로 현상 수배된 마차도는 지난 1년여간 자국에서 도피 생활을 해왔다. 그는 “내가 베네수엘라를 떠나면 마두로에게 나라를 넘겨주는 것”이라며 베네수엘라에서 저항을 이어나갔다.
마차도가 오슬로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타렉 윌리엄 사브 베네수엘라 법무장관은 출국 금지 조치를 당한 마차도가 노르웨이로 가면 이를 도피 행각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협박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마차도가 오슬로에서 피신하다가 마두로 정권이 무너지면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그는 은신 생활을 이어가는 동안 자녀의 졸업식과 결혼식에조차 갈 수 없었다며 “16개월 넘게 누구도 안아보거나 만질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오슬로에 와서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만지고 이들과 함께 울고 기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마차도는 베네수엘라를 탈출하기 위해 변장하고 10개의 군 검문소를 통과한 후 해안 어촌마을에서 목조 배를 타고 네덜란드령 퀴라소에서 노르웨이로 갔다는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와 관련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마차도는 “이(마두로) 정권을 일반적인 독재 정권이 아니라 범죄 조직으로 다뤄야 한다”며 마두로 정권이 마약 및 인신매매와 같은 범죄 활동 자금을 조달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베네수엘라로 범죄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미군의 베네수엘라 영토 공격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BBC의 질문에 마차도는 즉답을 피했다. 대신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았고 바라지도 않았다.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은 마두로”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조작했고 야권 후보 에드문도 우루티아 곤살레스가 실제 당선자라고 주장하며 자신과 야권 인사들이 베네수엘라에서 정부를 구성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마두로 대통령 측에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위한 협상을 제안했지만, 마두로 정권이 이를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마차도는 이날 전 세계 언론사들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는 “(탈출 과정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며 WSJ 보도 내용을 인정했다. 이어 “베네수엘라 정부는 내가 테러리스트고 평생 감옥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나를 찾고 있다”며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많은 남녀가 목숨을 걸고 저를 오슬로로 오게 해 줬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