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맥스 셔저(토론토)가 '10월의 마운드'에 다시 선다. 41세인 그가 네 번째 팀에서 월드시리즈(WS) 선발 등판을 앞둔 것만으로도 역사의 한 장면이다. 28일(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으로 장소를 옮겨 열리는 3차전. 셔저는 타일러 글래스노우(LA 다저스)와 맞붙는다.

◆ 41세 노장의 '광기'
18년차 우완 셔저는 여전히 '매드 맥스(Mad Max)'로 불린다. 아직도 상대 타자들을 향해 적의를 불태운다. 안타를 맞으면 불같이 노여워한다. 왼쪽 눈은 갈색, 오른쪽 눈은 밝은 하늘색인 그의 '오드 아이(Odd Eye)'에선 광선이 쁨어져 나온다.
파워 넘치던 디트로이트 시절(2012년), 워싱턴에서 첫 우승(2019년), 부활에 성공한 텍사스에서 두 번째 우승(2023년)을 거쳐 이제 하루 뒤면 토론토에서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그는 17일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4차전에서 시애틀을 상대로 5.2이닝 5탈삼진 3안타 2실점의 호투로 승리를 따내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은 마침 자신의 500번째 선발 등판이었다.
경기 후 셔저는 "이게 내가 야구를 하는 이유다. 이런 순간을 위해 1년 내내 준비한다"고 말했다. 그가 단순히 오래 버틴 베테랑이 아니라 여전히 무대를 사랑하는 '광기와 열정의 상징'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 '절제와 냉정' 커쇼와 평행 비교
이번 시리즈가 더 특별한 이유는, 다저스 클레이턴 커쇼와 운명적 교차 때문이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두 전설은 올 겨울이 지난 뒤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다저스에서만 뛴 커쇼는 시즌 종료 후 은퇴를 선언했다. 여섯 팀을 옮겨다닌 셔저는 여전히 "몸이 허락하는 한 던질 것"이라 말한다.
시즌 기록만 놓고 보면 커쇼(11승 2패 평균자책점 3.36 84탈삼진)가 셔져(5승 5패 5.19 82탈삼진)를 앞선다. 그러나 이들에게 성적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 둘은 모두 200승을 넘겼고, 각각 사이영상 3회에 MVP 포함 다수의 타이틀을 나눠 가졌다. 다저스의 선발진이 토론토보다 강한 이유도 있겠지만, 4세 연상인 셔저는 3차전 선발인 반면 커쇼는 불펜에서 대기한다.
커쇼가 '예술가적 완벽'을 추구했다면 셔져는 '전사적 광기'를 앞세운다. 한 메이저리그 해설자는 "커쇼는 정밀한 피카소, 셔저는 불을 삼킨 용광로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 셔저의 야구 인생을 정의하는 한마디 '지지 않는 불꽃'
2008년 애리조나에서 시작해 디트로이트, 워싱턴, 다저스, 뉴욕 메츠, 텍사스 그리고 토론토까지. 셔져는 여섯 번째 유니폼을 입고도 여전히 마운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에게 이번이 마지막 불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런 생각은 사치다. 오로지 "한 타자, 한 구, 한 숨만이 있을 뿐"이다.
다저스타디움의 조명이 켜질 때 한쪽 더그아웃에는 작별을 준비하는 커쇼가, 다른 한쪽에는 시간과 싸우며 여전히 던지는 셔저가 있다. 두 거장의 엇갈린 끝자락이자, 야구사에 남을 또 하나의 장면으로 기록될 게 분명하다.
다저스 3차전 선발 투수 글래스노우는 시즌 초 부상으로 정규시즌 18경기 4승 3패 평균자책점 3.19의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3경기에선 두 번 선발로 나서 승패는 없지만 평균자책점 0.68로 호투했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