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0년 118명의 희생자를 낳은 러시아 핵잠수함 침몰 사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기술 유출을 우려해 서방의 구조 지원을 거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4일(현지 시각)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히든라이트가 제작한 2부작 다큐멘터리 '쿠르스크: 푸틴을 만든 열흘'에는 지난 2000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의 인터뷰가 실렸다.
사고는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지 3개월이 지난 2000년 8월 12일 오전 11시 28분 노르웨이 바렌츠해에서 발생했다. 러시아 북해함대 소속 핵잠수함이었던 K-141 쿠르스크함이 훈련 도중 어뢰가 연쇄 폭발하면서 침몰한 사고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당시 사고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에 따르면 사고를 처음 발견한 것은 근처를 순찰 중이던 미국 해군 잠수함이다.
사건 발생 몇 시간만에 보고를 받은 미국은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러시아 정부는 응답이 없었다고 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에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구조 지원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크렘린궁이 국제사회의 구조 지원을 받아들인 것은 사고 발생 사흘 뒤였다. 이 마저도 구조 지원을 경계하며 부분적으로만 받아들였다고 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당시 푸틴 대통령이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는 '해외에 군사 기술 접근을 막는데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내가 수년간 보리스 옐친(러시아 전 대통령)과 신중히 쌓은 관계를 볼 때 내가 미국과 러시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새로운 세계에서 동맹이 되기를 바란다는 점을 푸틴 대통령도 알 거라고 생각했다”며 “할 수 있다면 그가 그들의 생명을 살리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조대가 잠수함의 문을 연 것은 8월 20일, 사건 발생 8일만으로 이미 승조원 118명은 사망한 뒤였다.
이로 인해 러시아에서는 전국적인 분노가 일었으며 유가족들은 정부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크렘린궁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고로 아들을 잃은 나데즈다 틸리크는 기자회견에서 공무원을 강하게 비난하며 목소리를 높였는데, 사복 요원에게 둘러싸여 진정제를 주사당해 기절한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