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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크라이나 종전 문제로 큰 이견을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서로 다른 유럽 질서 구상을 다시 한 번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협상을 밀어붙일 뜻을 굽히지 않은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안전 보장 없는 휴전은 안 된다”며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는다”며 미국도 그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금액에 대한 대가로 광물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다급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끊고 불어가 아닌 영어까지 쓰며 “아니다, 우리는 돈을 냈다”고 반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전체의 60%를 지불했고 이는 미국과 같은 대출과 보장, 지원금”며 “유럽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2300억 달러어치가 있지만 우리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대출에 대한 담보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자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난 상관없다”며 “유럽은 돈을 돌려받고 우리는 그러지 않았지만 이제 우리도 돌려받는다”라고 맞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과거 두 정상 부부가 파리 에펠탑에서 식사를 했을 당시 불어 통역이 없어서 자신이 마크롱 대통령의 말에 계속 고개만 끄덕인 일을 상기하며 “나를 제대로 팔아먹었다”고 일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 미국으로 돌아가서 신문을 보고 ‘우리가 그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는데’라고 했다”며 마크롱 대통령에게 손을 뻗어 압박하듯 17초 동안이나 강하게 악수를 나눴다.
두 정상 간 기싸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이 불어로 길게 발언하자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지만 우아하고 아름다운 언어”라고 비꼬았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을 위한 유럽의 평화유지군 파병안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종전 방법에 대해서는 시각 차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파병을 종전을 앞당기고 미군의 방위비를 아끼는 차원에,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의 재침 우려를 방지하는 차원에 각각 방점을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이어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초점은 가능한 한 빨리 휴전하고 영구적인 평화를 이루는 것”이라며 “과거 정부의 어리석은 외교 정책이 수많은 사람의 죽음으로 이어졌고 수주 내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정리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모스크바에서 회동할 의사를 재확인하면서 러시아의 전승절인 5월 9일에 대해서는 “너무 이르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군 파병 문제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 푸틴 대통령도 받아들일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기여 방법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우크라이나 재건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묻는 물음에는 그 동안 안보 지원을 많이 했다는 취지로 “이상한 질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에 체결한 민스크 1·2 협정이 우크라이나 재침공을 막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평화가 우크라이나의 항복이나 안전 보장이 없는 휴전을 의미하면 안 된다”며 “빠른 평화를 원하지만 약한 협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안전 보장을 제공할 의사가 있으며 여기에는 군대가 포함될 수 있다”며 “문제는 미국의 참여 여부와 기여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로 표현했지만 사실상 유럽 전체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군사적 지원을 요구한 셈이다. 현재 유럽 국가 가운데 프랑스와 영국은 우크라이나 현지에 파병하는 안을 강하게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와의 정상회담 전후에도 푸틴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언행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는 푸틴 대통령과 종전, 주요 경제 개발 거래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는 중”이라며 “대화는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자랑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같은 날 ‘독재자라는 표현을 푸틴 대통령에게도 쓰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도 “나는 그런 단어를 가볍게 쓰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지난 19일 트루스소셜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적당히 성공한 코미디언, 선거 없이 집권하고 있는 독재자”라고 비난했던 것과 상반된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