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수능’에 해당하는 가오카오(高考)가 올해 7일부터 시작됩니다. 한국의 유명 사찰에 수험생 부모들이 기도를 하러 몰리는 것처럼 중국도 유명 절의 문수보살 앞에는 공양을 드리는 학부모들의 보시가 한가득 쌓이는 시기죠. 지역에 따라 9일 또는 10일까지 치러지는 가오카오는 한국의 수능과는 문·이과에서 치르는 과목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지역별로도 선택하는 과목이나 채첨 방식 등이 상이합니다. 시험을 치르는 날짜도 한국은 11월 둘째주 또는 세째주 목요일이지만 중국은 6월 7~8일을 기본으로 선택 과목에 따라 하루나 이틀 늘어납니다.
우리나라가 대학수학능력평가를 줄여 수능이라고 하듯이 가오카오의 정식 명칭은 ‘일반대학 입학 전국 통일 시험(普通高等學校招生全國統一考試)’입니다. 가오카오는 1950년 신중국(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정식 국가 대학 입시제도로 시작됐지만 1952년 교육제도 개편과 함께 전국 단일 시험 제도로 자리잡은 것을 원년으로 보는 편입니다. 이후 문화대혁명 기간인 1966~1976년에는 가오카오가 중단됐고 정치 성향, 계급 출신, 노동 경력 등을 기준으로 추천하는 제도로 대학입시가 대체됐습니다.
이후 덩샤오핑의 주도로 1977년 가오카오가 부활했는데, 이 해만 약 570만명이 응시해 27만명이 합격하는 극심한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 때는 7월에 시험을 치렀으나 1980년대 중반부터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6월 초로 조정됐고, 2003년에 6월 7~8일로 날짜가 고정됐습니다. 중국이 6월 초, 7~8일로 가오카오 날짜를 조정하게 된 것은 고온, 방학, 대규모 행사 등으로 인한 교통 혼잡이나 사회적 불안 요소를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시기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최근에는 과목 구조 개편, 신가오카오 제도 도입 등을 통해 다시 날짜가 늘어나게 됐죠.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중국은 6월 7~8일의 숫자를 이은 중국어 발음 리우치빠(六七八)가 합격통지서(錄取)의 발음인 루취, 합격하세요(錄取吧)의 루취바와 흡사해 날짜가 정해졌다고도 하더군요.

중국의 가오카오는 문과와 이과, 지역별로 보는 과목이 크게 구분됩니다. 어느 지역이든 문과나 이과에 상관없이 공통 과목은 중국어, 수학, 외국어 3과목입니다. 나머지 과목들은 지역별로 어떤 시험 방식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는데요.
베이징, 상하이, 톈진, 저장·산둥·하이난성은 ‘3+3’ 제도의 신가오카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상하이와 저장성이 2017년부터, 나머지 지역이 2020년부터 도입한 이 제도에 따르면 각 150점 만점에 공통 3과목(중국어, 수학, 외국어)을 치릅니다. 이어 정치, 역사, 지리, 물리학, 화학, 생물학 중 3과목을 선택하고 각 100점으로 매깁니다.
허베이·랴오닝·장쑤·푸젠·후베이·후난·광둥·지린·헤이룽장·안후이·장시·구이저우·간쑤성, 광시좡족자치구, 신장웨이얼자치구, 충칭 등의 지역은 ‘3+1+2’ 제도의 입학 제도를 지역별로 2021년부터 적용하고 있는데요. 공통 3과목은 같지만 물리학과 역사 중에 한 과목을 고르고 화학, 생물학, 이념 및 정치, 지라학 중에 두 과목을 골라야 합니다. 선택 과목들은 각각 100점으로 총점은 750점으로 같습니다.
다른 지역들에선 3개의 공통 과목에 문과(사상·정치, 역사·지리), 이과(물리, 화학, 생물)로 나눠 각 300점을 더한 750점의 총점으로 시험을 치르고 있는데요. 다소 복잡하지만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렇게 복잡하게 시험을 치르다 보니 지역별로 하루에 보는 과목도 다르고, 시험이 끝나는 날짜도 각각 달라지게 됩니다. 베이징의 경우 올해 7일 중국어와 수학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 보고, 8일 오후에 영어 또는 기타 외국어를 각각 치릅니다. 9일에는 물리학, 정치, 화학을 10일에는 역사, 생물학, 지리를 보기 때문에 선택 과목에 따라 시험이 끝나는 시간이 달라지게 됩니다.
중국 교육부는 휴대전화와 전자시계 및 전자안경 등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반입 금지 물품 검사를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한 시험장 내 감독과 순찰도 확대할 계획인데요, 이미 지난해부터 부정행위 감시에 AI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중국입니다.

중국의 가오카오 응시생은 올해 1335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해마다 증가하던 숫자는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1342만명에서 약 7만명이 줄어 8년 만에 감소세를 기록했는데요. 중국의 출생 인구 감소가 원인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가오카오를 봤던 2005년 출생자 수는 1600만명을 넘지만 올해 시험을 보는 2006~2007년생은 1580만~1590만명대로 집계됩니다. 가오카오 응시생이 줄었다고 해도 우리나라 수능 응시생이 재수생을 포함해도 50만명에 못 미치는 것과 비교하면 중국의 숫자는 여전히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그만큼 명문대를 가기 위한 경쟁도 더욱 치열하겠죠.
이렇게 좁은 바늘구멍을 뚫고 입학을 하게 되면 받는 합격통지서도 중국 대학만의 자랑거리입니다. 베이징대, 칭화대, 푸단대, 저장대 등 주요 대학은 해마다 독특한 형태의 합격통지서와 기념품을 만들어 화제가 됩니다. 샤오홍슈, 웨이보와 같은 중국의 소셜미디어에는 합격자가 발표되면 우리 학교 합격통지서가 가장 멋지다는 글들이 올라오죠. 지난해에는 칭화문을 입체로 만든 칭화대의 합격통지서가 단연 눈길을 끌었고, 베이징대도 ‘대학당’이라고 쓰인 현판을 넣어 고풍스럽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올해는 어느 대학이 어떤 합격통지서로 신입생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궁금해집니다.
학부모들의 부담도 가오카오와 함께 내려놓게 되는걸까요? 해마다 6월 가오카오가 지나고 나면 중국의 이혼율이 단기간에 급등한다고 합니다. 수험생인 자녀들을 위해 참고 또 참았지만 시험도 끝난 마당에 더는 참을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겠죠. 화목한 가정인 경우에는 국내외 여행을 가는 수요가 늘어난다고 하는데 큰 차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