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업계에서 ‘후불형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지금 당장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느낄 부담을 낮춰 구매 결정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089860)이 올 2월 출시한 ‘마이카 인수형’ 상품은 7월 누적 기준 전체 장기렌터카 계약 중 23.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시 4개월 만에 고객 네 명 중 한 명가량이 해당 상품을 선택할 정도로 준수한 성적표다.
마이카 인수형 상품은 장기렌터카를 4년간의 대여가 끝난 후 차량 인수를 약속하는 대신 초기 월 대여료를 낮추는 대표적인 ‘초기 부담 절감형’ 서비스다. 기존 장기렌터카 서비스 대비 월 대여료를 약 25% 낮출 수 있어 차량 인수 전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계약 기간이 종료됐을 때 동일 차량을 연장하거나 반납하는 선택지도 있지만 일종의 위약금이 붙게 된다.

이런 배경에는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하는 등 국내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한 것이 자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구당 월 평균소득은 506만 5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1%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1년 전과 같은 수준에 그쳤다. 실제 마이카 인수형 서비스를 통해 선택한 차량들도 모두 실속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패밀리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고객의 니즈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경쟁사인 SK렌터카도 고객이 직접 월 렌털료를 조정할 수 있는 ‘SK렌터카 타고플랜’ 상품을 출시했다. 납부 방식은 초기 부담을 줄이는 ‘체증형’과 후반 부담을 낮추는 ‘체감형’ 두 가지인데 체증형의 경우 롯데렌탈의 마이카 인수형 상품과 유사하다. 현대차도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의 구매 부담을 줄이는 ‘넥쏘 이지 스타트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넥쏘 차량을 구매한 뒤 중고차(신차의 50% 가격)로 판매할 것을 약속하고 중고차 판매가만큼의 할부금을 유예할 수 있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