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산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 문제를 잇달아 언급하면서 전기차 보조금 차등지급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산 전기차보다 국내산에 더 많은 보조금을 줘야 한다는 논리인데, 현실성 측면에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가가 보조금을 주면서 전기차 (산업) 진흥을 하면 국내 전기차 업체가 혜택을 봐야 하는데 결국은 중국 전기버스 업체가 (보조금을 받고) 싸그리 국내 업체를 먹었다”며 “대통령이 국내 업체에 혜택을 주라고 조정했어야 했다. (전기차 보조금 예산이 수년간) 수십조원은 들어갔는데 중국 업체만 배부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1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지금이라도 보조금 정책을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쪽으로 해야 한다”고 했었다.
이 같은 발언은 값싼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전기버스 시장 점유율을 늘려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에 따르면 2021년 37.8%(480대)이던 수입산 전기버스 점유율(신규판매)은 2023년 54.6%(1499대)까지 늘었다. 2023년 중국산 판매량은 국산(1246대)보다 많다. 수입산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다만 2024년부터 보조금 기준(주행거리 및 에너지밀도 등)이 바뀌면서 수입산 보조금이 줄었고 이에 수입산 점유율은 하락세다. 그럼에도 올해 6월 기준 누적 점유율(등록 대수)은 국산 59.5%(7547대) 대 수입 40.5%(5136대)로 수입산 비중이 작지 않다. 중국산이 처음 수입된 2017년 등록대수가 25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약 200배 성장했다.
중국산이 점유율을 넓혀온 것은 낮은 가격과 관련이 깊다. 통상 중국산 전기버스 가격은 국산의 약 70%로 형성된다. 시내버스용으로 쓰이는 비야디(BYD) eBUS 11(49인승)은 약 2억5000만원, 현대차 일렉시티(52인승)는 약 3억5000만원이다. 보조금 기준이 변경되기 전인 2023년까지는 비슷한 액수의 보조금을 받았기에 약 1억원의 가격차가 유지됐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중국 전기버스 업체는 진출 초기 저가 공세와 함께 지자체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판촉 활동을 벌이면서 점유율을 확 넓혔다”고 말했다.


전기 승용차 시장의 중국 공습에 대비하기 위해서 보조금 차등지급이 거론되는 측면도 있다. 올해 1월 BYD는 전기 승용차 판매를 시작했고, 올해 하반기에는 지리차그룹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브랜드는 진출 초기인 현 시점에서 전기버스처럼 저가공세를 벌이고 있다. BYD는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 가격을 3150만원(기본 트림)에, 중형 전기SUV 씰라이언7은 4490만원에 출시했다. 국산 경쟁차종보다 500만~1000만원 낮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버스처럼 야금야금 국내 전기차 시장을 잠식할 수 있기에 산업 보호 측면에서 보조금 차등 지급이 거론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조금 차등 지급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부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적은 보조금을 받게 된 중국이 역차별을 주장하며 보복관세, 경제적 조치를 할 수도 있다. 보조금은 비관세조치로 규정돼 한·미 관세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전기차 생산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전략산업 국내생산 촉진 세제(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국회 논의는 멈춘 상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조금은 국내 기업의 기술개발과 경쟁력 강화 유인을 떨어뜨릴 수도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이 고품질 전기차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