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65〉 [AC협회장 주간록75]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 생태계 지속가능성 위한 세컨더리 펀드 역할

2025-09-14

최근 국무회의에서 '세컨더리' 관련 논의가 오르내렸다는 소식은 창업·벤처 업계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한성숙 장관이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만큼, 세컨더리 펀드는 이제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우리 벤처 생태계가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풀어나갈 중요한 해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기를 맞이했다고 본다.

다만, 세컨더리 펀드가 향후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대형 벤처캐피털(VC)과 특정 테크 분야로만 자금이 집중될 경우, 그간 극초기 단계에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해온 액셀러레이터(AC)의 과제가 다시 한번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초기투자AC의 시각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제도 설계가 병행된다면, 장관이 강조한 정책적 의미가 한층 빛을 발할 것이라 확신한다.

AC는 누구보다 먼저 창업가와 동행한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기술 검증, 초기 시장 진입까지 감수하기 어려운 위험을 함께 지며 소액·다수 투자를 이어간다. 그러나 이처럼 극초기에 투자된 지분은 오랜 기간 회수가 어렵고, 중간 유동화 수단 또한 사실상 없다. 스타트업이 후속 투자를 유치하더라도 초기 투자자의 구주 매각 기회는 제한적이고,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으로 연결되는 사례는 극소수다. 이로 인해 AC는 신규 투자 여력이 제약되고, 이는 선순환 구조 확산을 막는 주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세컨더리 펀드가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순환 장치로 기능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히 세컨더리 시장이 특정 산업군에만 치우치게 된다면 혁신 다양성은 손상될 수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같은 분야 중요성을 부정할 수 없지만, 식품·바이오·문화콘텐츠·서비스 등 다채로운 영역에서도 수많은 창업가는 여전히 자금 부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초기투자AC의 포트폴리오 상당수는 바로 이 비(非)테크 분야에 집중돼 있으며, 이 지점이 균형 잡힌 세컨더리 시장 필요성을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세컨더리 펀드가 활성화될 경우 기대되는 긍정적 효과는 분명하다. 첫째, 초기투자자 회수 속도가 개선되면서 새로운 창업자 발굴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둘째, 창업자 입장에서도 초기 투자자의 일부 지분 유동화는 후속 투자 유치에 우호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정책적으로는 다양한 산업과 지역 기반 스타트업까지 지원 폭이 넓어져 생태계 전반의 균형 성장을 이끌 수 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세컨더리 펀드가 단순히 대기업 중심, 테크 중심 유동화 기제로만 운영되지 않고, 극초기 투자 지분까지 아우르는 제도적 장치로 정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펀드 내 일정 비율을 초기투자AC 지분에 배정하는 방안이나 모태펀드 출자 시 'AC 전용 세컨더리 트랙'을 마련하는 방식이 유용할 수 있다. 이러한 세심한 제도적 장치는 세컨더리 시장 균형을 담보하고, 혁신 생태계 뿌리까지 자금 순환이 도달하도록 하는 중요한 안전망이 될 것이다.

세컨더리 시장 성숙은 곧 대한민국 벤처 생태계 성숙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는 투자뿐 아니라 회수 또한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초기투자AC 회수 기회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야만 창업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이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세컨더리 펀드는 누구를 위한 시장인가?” 만약 극초기 창업자를 발굴하고 키워낸 AC 역할이 배제된다면, 우리 생태계는 온전한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는 장관도 강조한 정책적 취지와 뜻을 적극 지지하면서도, 그 안에서 극초기 창업자와 이를 지원한 AC 역할이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건의할 것이다. 세컨더리 펀드는 대기업과 테크 스타트업만이 아닌, 창업 생태계 전체의 자금 순환을 보장하는 제도여야 한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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