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의 중기경영계획(2024~2026)상 기업금융 핵심 전략 방향은 ‘일본 산업의 부흥’이다. 일본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산업 가운데 우주와 반도체, 녹색전환(Green Transformation·GX)을 3대 주력 업종으로 정해 대규모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올해 경영 목표는 밸류업과 내부통제, 금융 경쟁력 강화 등이다. 산업 육성 같은 로드맵은커녕 정부의 이자 장사 프레임에 갇혀 소비자 보호와 소상공인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종말과 미국의 고율 관세로 글로벌 경제·무역의 틀이 바뀌는 상황에서 국내 은행들이 핵심 산업 지원에 나서지 못한 채 상생 금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금융산업 발전과 역할 제고를 위한 당국의 전략 부재가 빚은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금융과 첨단산업이 시너지를 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MUFG가 밝힌 3대 주력 업종 자체 투융자 규모는 확인된 것만 최소 1조 2518억 엔(약 11조 8100억 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미국 시에라스페이스 450억 엔 투자 △오사카가스 300억 엔 대출 △르네사스 신디케이트론 9380억 엔 △키옥시아 2100억 엔 융자 등이다. MUFG는 3대 산업 밸류체인 구축과 반도체 인재 육성 컨소시엄 참가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인공지능(AI) 같은 첨단산업을 위한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 자금을 기업으로 돌리는 생산적 금융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금융권을 옭아매면서 단순히 돈 나오는 창구로 여기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국민성장펀드에만 20조~30조 원을 내라는 식이다. 이 와중에 금융감독원은 연일 소비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과거 철강·조선을 키우던 때의 접근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