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FG, 반도체 설비교체 기업에 먼저 제안…한국은 산업군 전담팀조차 없어

2025-09-14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지난해부터 반도체 산업 전담 조직인 ‘반도체 밸류체인 추진실’을 운영하고 있다. MUFG가 단일 산업군 조직을 만든 것은 은행 설립 이후 처음이다. 일본 정부가 자국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 추락에 대응해 반도체 육성에 적극 나서면서 은행도 기업에 금융·비금융 종합 지원책을 제공하기 위한 전문 조직을 신설한 것이다.

한국은 이 같은 움직임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 1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MUFG 같은 형태의 산업군 전담 조직을 갖추고 있는 은행은 한 곳도 없다. 신한은행이 자동차 부품과 반도체 부품·장비, 소재·부품·장비 분야 등 세 가지 분야에 속한 기업을 위한 ‘쏠(SOL) 클러스터’를 운영 중이지만 MUFG처럼 특정 업종을 전담하면서 해당 분야의 밸류체인 구축까지 다루는 곳은 전무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리스크 또는 여신 부서에서 업종별로 각 분야 담당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개 2~3개 분야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고 1~2년 주기로 담당이 바뀐다”며 “유망 산업에 대한 특화금융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 조직은 없다”고 강조했다.

MUFG의 경우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반도체 기술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MUFG는 탄화규소 같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단순 대출 지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전력 반도체 업체에 대해서는 설비 노후화를 은행이 먼저 파악해 자금 지원을 제안했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일본은 정부와 은행이 합심해 첨단산업 지원에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며 “한국은 은행을 규제 대상으로만 보면서 이자 감면과 빚 탕감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니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을 위한 핵심 지원 도구 하나를 쓰지 않고 버려두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MUFG는 민간 금융사 최초로 규슈 지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컨소시엄 참여를 통해 생태계 구축·강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회사는 거래 관계를 통해 얻은 공급망 네트워크와 시장 상황에 대한 분석 자료 등을 규슈 지역 반도체 기업들과 공유하고 지역 내 대학 및 연구기관(규슈대, 후쿠오카공과대, 규슈 산업 기술센터 등)들을 지원해 반도체 전문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인재 육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MUFG는 녹색전환(Green Transformation·GX) 분야에서도 500여 명으로 구성된 녹색전환전략프로젝트팀(GXPT)을 신설해 가동 중이다. 해당 팀은 △전환금융 수요기업의 전환계획 심사 △고탄소배출 기업 대상 컨설팅(전환금융 기회 선제시) △전환금융 기회 발굴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은행 차원에서 해외 청정에너지와 자원의 개발 및 수입을 지원하고 신흥국의 녹색전환 사업도 돕는다. 이를 통해 사업 기회를 창출하면서 국가 차원의 어젠다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MUFG는 대출 기업이 탄소 중립 목표를 이행할 때마다 금리를 인하해주는 ‘트랜지션 링크론(Transition Linkloan)’ 같은 신개념의 상품을 선보였다.

우주 분야는 아직까지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계열사인 미쓰비시UFJ캐피털을 통해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룹 내부적으로도 위치 측정과 관측·통신 등 우주 산업의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인공위성 발사 스타트업인 애스트로엑스(Astro X)는 은행이 캐피털사에 투자를 주선하고 우주 쓰레기 제거 설비를 개발하는 애스트로스케일(Astroscale)에는 투자와 대출을 함께 해주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도 은행들이 핵심 산업군에 대한 전담 조직을 만들어 종합 지원책을 내놓고 정부도 새로운 금융·첨단 산업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금융연구소는 “은행이 핵심 산업군을 선정하고 동일 산업군 내에서도 개별 기업 단위로 타깃 업체를 선별할 필요가 있다”며 “핵심 업종에 대한 전담 조직을 운영해 성장 유망 산업에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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