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논을 꼭 없애야 할까

2025-01-23

겨울이라 밭일도 줄어 한동안 집에만 있다가 며칠 만에 길을 나섰는데 큰 길가의 논에 트럭들이 와서 흙을 쏟아붓는다. 또 논이 없어지나 보다. 이 마을에 처음 정착했을 때와는 풍경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논이 있던 평지엔 야금야금 비닐하우스가 들어서 그 풍경을 바꾸고 있다.

농업생산액을 늘리고 농민의 소득을 보전하려면 쌀값을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논면적을 감축하고 쌀 공급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논에 벼 대신 콩을 심도록 장려한다. 이로 인해 논콩 생산량이 늘고 콩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답답한 현실이다. 자꾸 쌀이 남는다지만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23년 기준 49.0%로 자급자족을 위해선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중 가장 높은 쌀 자급률도 최근 5년간 98% 수준이다. 여기에다 우리나라는 매년 40만t 규모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현실이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드물게도 쌀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기후변화에 따른 쌀 생산량 감소, 자연재해로 인한 시민들의 사재기와 관광객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가 맞물린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구나 지난해의 재고가 줄어든 상태이니 올해에도 비슷한 일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단지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볼 수는 없다. 유엔(UN·국제연합)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행한 보고서나 환경부의 한국 기후평가 보고서를 보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미래에는 농업생산량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우리의 주곡인 쌀도 당연히 해당된다.

생각해보면 당장 지난해에도 폭염에 벼멸구가 번져 쌀 품질이 떨어지거나 수확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이상기후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져가는데 쌀을 재배할 수 있는 논을 꼭 없애야 할까. 게다가 논은 쌀 수확량과 농업소득이라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다양한 기능을 한다.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며, 연간 강수량의 대부분이 여름철 집중되는 우리나라의 기후에선 매우 중요한 홍수 조절 기능도 한다. 논을 줄이는 대신 친환경벼농사를 지원, 생산량을 줄이며 품질관리를 하는 것은 어떤가. 또 수입 쌀의 시장격리도 필요하다.

쌀 생산량을 조절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 논을 없애는 것은 가장 되돌리기 어렵다. 농사는 생산과 수확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우리가 겪어본 적이 없는 미래에 대응하려면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기후위기는 우리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며, 모든 것을 수출입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안정화 종합재미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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