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추천 여행지, 사가. 이곳은 일단 맛있다. 일반 식당도, 이자카야도, 카페도 그렇다. 그래서 어딜 가든 괜찮다. 흡족한 미소를 띄게 만든 3곳의 가게들이다. 사가현 지자케 전문점은 덤이다.

우동코동 うどんこどん
지어진 지 100년이 넘은 민가에 둥지를 튼 우동 가게다. 단순히 고풍스러운 공간에 끌린 게 아니라 우동 자체도 매력적이다. 이탈리안 바를 운영했던 주인장이 사가현 가라쓰에서 인생 우동을 만난 이후 업종을 바꿔 우동코동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의 우동은 유난히 목 넘김이 좋았던 가라쓰의 면을 쫓고 있다. 탄탄한 식감인 사누키 우동과 다르게 부드럽고, 납작한 모양새가 특징이다. 오히려 우리 칼국수의 면과 비슷하다.

식당에서 면을 직접 뽑고, 육수도 구워서 말린 날치(야끼아고), 다미시마 등을 활용해 저온에서 오랜 시간 공들인다. 후루룩후루룩 편하게 넘어가는 면과 은은하면서도 감칠맛 넘치는 국물이 만나 이상적인 우동을 완성했다.

따뜻한 국물과 면을 즐기려면 유부우동, 우엉튀김우동 등을, 면의 식감에 비중을 둔다면 차가운 우동을 추천한다. 또 카시와 메시(닭고기 영양밥)과 닭 튀김(토리텐)을 곁들여도 괜찮다.
롤플레잉 커피 ROLE PLAYING COFFEE
사가를 커피향 가득한 여행지로 기억하게 만드는 공간. 사가역 뒤편의 롤 플레잉 커피(ROLE PLAYING COFFEE)에 들어서면 화사한 향과 고소한 향이 뒤섞여 콧속으로 들어온다. 모두 커피에서 추출한 향기다.

준비된 원두를 보면 이곳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상시로 구비하는 원두만 8~12가지(롤 플레잉 블렌드, 싱글 오리진 등)에 달하고, 테이스팅 노트도 꼼꼼하게 기록했다. 여행자는 그저 취향에 맞는 원두만 선택하면 된다.

푸어오버로 커피를 내릴 때도 향이 1순위다. 원두가 지닌 좋은 향을 지키기 위해 독특한 도구를 활용하고, 잔도 볼이 깊은 와인 잔을 사용한다. 덕분에 와인처럼 커피를 천천히 음미하고, 잔에 코를 박고 커피가 뿜어내는 향기에 집중하게 된다.

예상한 만큼 멋진 커피라 한 잔으로는 영 아쉽다. 또 다른 캐릭터를 지닌 원두와 비교하기 위해 2~3잔은 시키게 된다. 참, 곁들일 디저트가 필요하면 바로 옆 가게(Uand)에서 구매하면 되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까눌레가 추천 메뉴다.
사간다이치 さがん大地
골라 먹는 즐거움이 있는 이자카야다. 니쿠미소(돼지고기를 된장으로 볶은 양념장) & 피망, 감자 샐러드 같은 간단한 안주부터, 모둠회, 튀김, 구이, 식사까지 빠짐없이 갖췄다. 또 사가현의 맛과 지자케((地酒, 그 고장 술)도 경험할 수 있다.

우니와 사가규(소고기)를 활용한 초밥, 시라이시 지역의 연근을 이용한 연근튀김, 사가현 식재료로 만든 가정식(화~금요일 점심 한정) 등이 준비돼 있고, 후쿠치요주조와 고마쓰주조, 코부슈주조, 아마부키주조 등 사가현 양조장의 사케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마실 수 있다.


저녁 8시에만 주문할 수 있는 소금 주먹밥도 명물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밥과 즉석에서 쥐어주는 주먹밥으로 이뤄진 소박한 퍼포먼스로, 묘하게 유쾌하다.

따끈따끈한 쌀밥에 적당한 간이 더해진 소박한 주먹밥인데, 음주 후에 즐기는 탄수화물이라 만족감이 크다. 개운한 미소시루(된장국)을 더하면 한자리에서 해장까지 해결할 수 있다.
야마다슈텐 山田酒店
사가현은 물이 좋고, 쌀도 좋다. 사케가 맛있는 조건이 갖춰진 지역인 셈이다. 여기에 지역 양조장들의 노력까지 더해져 전국에 이름을 떨치는 명주들이 여럿 나왔다.

100년 전통 후쿠치요주조의 ‘나베시마(鍋島, Nabeshima)’, 150년 역사의 덴잔주조가 생산하는 덴잔(TENZAN)과 시치다(七田), 유토쿠 이나리 신사에 술을 올리는 사치히메(幸姫)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다.

이 밖에도 마셔 볼만한 사케가 수십 개가 넘는다. 단, 일부 사가현 지자케사가를 벗어나면 구하기 어렵고, 대형 마트나 유명 백화점에서도 만날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자케를 만날 수 있는 적당한 가게를 발견했다. 사가현청 인근에 자리한 야마다슈텐이다. 사케 덕후가 운영하는 주류 전문점으로 사가현 16~17개 양조장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웬만한 지자케는 다 갖췄고, 선호하는 맛을 알려주면 맞춤 사케도 추천해 준다. 이 밖에도 다른 지역 양조장의 사케, 일본 소주, 세계 맥주, 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를 취급하고 있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