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발탁 통념 깬 주중대사 내정, 이재명식 실용인사에 기대 쑥~

2025-09-14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2024년 6월 뉴스핌 기자는 중국 쓰촨성 워룽 판다기지에서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과 조우했다. 기자는 한중 우호의 상징 푸바오가 용인 에버랜드에서 쓰촨성으로 돌아간지 두달만에 현지 취재에 나섰고, 베이징에 머물던 노재헌 이사장도 청두 현지 업무와 함께 푸바오를 볼 겸 푸바오의 새 보금자리 쓰촨성 워룽 판다기지에 왔다고 말했다.

한중수교의 대통령,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로 더 잘 알려진 노재헌 이사장이 이재명 정부 초대 주중대사에 내정된 것으로 지난 9월 11일 전해졌다. 노재헌 이사장의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대사(주중 대사) 내정은 그동안 전문성을 도외시한 채, '정권의 사익'이나 논공행상을 위주로 벌여온 구태적 해외 공관장 인사의 통념을 깬 인사였다. 일반이 예측하는 노 이사장의 정치적 지향으로 봐도 일반의 허를 찌른 지명이었다.

무릇 모든 공직은 사유물이 아니라 국익을 최우선으로 놓고 결정해야 하는 자리다. 이런 점에서 볼때 노재헌 새 주중 대사 내정은 이재명 대통령이 한중 외교 일선에서 일할 국익 우선의 최 적임자를 고심한 끝에 결정한 심모원려의 인사가 아닌가 싶다. 진영을 떠나 적지않는 국민들이 이처럼 전략적이고 원칙주의적인 실용 인사를 반기는 분위기다.

노재헌 이사장의 주중대사 내정 소식이 전해진 이날 서울 시내 을지로의 한 호텔 포럼 행사에서 만난 보수 성향의 지인은 "최근 수년 몇차례 주중 대사 인선 중 최고의 걸작 인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사 참 잘하네요, 고생했던 측근들에게 주고 싶은 생각 간절했을 텐데 말입니다". 옆자리 지인도 말을 보탰다. 라운드 테이블에 함께 자리한 진보 성향의 배석자는 "공직을 대하는 국가 지도자의 철학이 드러난 인사 아니겠냐"고 호응했다.

사적이익 논공행상 통념 깬 '실용 인사'

막중지대사의 책무를 지닌 외국 주재 대사 인사는 그동안 종종 논공행상을 위한 전리품 처럼 여겨져 왔다. 해당국에 대한 전문 지식 보다는 정치 측근이나 친분이 있는 학자로 줄줄이 채워졌다. 외교의 실효성이나 국익은 철저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어쩌다 상대국에 대한 이해와 외교적 전문성을 갖춘 관리가 대사에 등용되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노 이사장의 주중 대사 내정에 앞서 사람들 사이에는 "이번엔 누구에게 떡고물이 돌아갈까"라는 냉소적인 얘기가 오갔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개인적 친분이나 정치적 측근과는 거리가 먼, 나라 경제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 인사를 내정했다. 평소 이재명 정부에 비판적이던 인사들조차 "이번 만큼은 잘한 인사"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베이징 한인촌 왕징의 한 대기업 주재원은 "10여년 중국 생활 중 가장 기대되는 대사를 맞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리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노재헌 내정자의 외교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외교의 본질은 의전이나 형식이 아니고, 어차피 외교상 중요한 의사 결정도 대사가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국에 대한 전문성과 네트워크,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상대와 잘 협상해 본국과 연결하고, 국익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게 주요 책무다.

노 내정자는 풍부한 현지 체류 경험과 함께 중국 사정에 대해 두루 이해가 깊고, 중국 내에 두터운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는 현지 경험이 일천한 기존 측근 인사및 논공행상식 제 밥그릇 챙기기 인사에 비해 커다란 장점이 아닐 수 없다. 기성 관료 출신 외교관 보다 현장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는데 유리한 자질이라고 할 수 있다.

◆ 중국 이해와 현장 경험 풍부한 민간외교가

중국내 노 이사장의 문화 교류 민간 외교 활동과 베이징 교민사회와의 조용한 소통은 코로나 기간 베이징 특파원으로 있던 기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같은 기간 현직에 있던 주중 대사와 비교해 아주 대조적이었다. 당시 대사는 대통령의 친한 고교 동창으로서, 이런 자질과 거리가 멀었고 중국 쪽과는 물론 중국내 한인 사회와도 관계가 소원했다.

사드와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심각한 영향으로 인해 한중 양국은 최근 수년간 어느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원하고 냉냉한 관계에 처해왔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의 경제 안보 현안은 더욱 복잡해졌고, 전략적 국가 이익에 대한 위협 요인도 그만큼 커졌다.

작년말 불법 계엄에 따른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 때문에 중요한 주중 대사 자리는 33년전 수교 이후 가장 오랜 기간 공석으로 남겨져 왔다. 그럼에도 한편으론 10월 경주 APEC을 앞두고 신임 대사의 현지 부임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기도 하다.

노재헌 주중 대사 내정자의 어깨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한중 양국은 지금 전략적 신뢰 회복과 문화 경제를 비롯한 각분야 실질 협력 강화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경제적 상호 의존도와 문화교류에 따른 실익면에서 볼때 중국과의 안정적인 외교 관계는 한국의 미래 성장에도 결정적이다.

또한 북핵및 한반도 평화 통일 문제만 고려해봐도 한·중 외교를 정상 궤도에 올리는 일은 어쩌면 어떤 사안 보다도 긴급한 우리의 외교적 현안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기대는 분명하다. 노재헌 주중대사 내정자가 소원해진 한중 관계를 복원하고, 대한민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대중국 실용 외교를 펼쳐 성공한 대사가 되기를 국민들은 바란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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