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의 경제 돋보기] 세대간 취업 전쟁과 상생(相生)

2024-07-02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한때 ‘58년 개띠’라는 말이 마치 ‘갑남을녀’ 대중을 지칭하는 보통명사처럼 사용되던 때가 있었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세대를 편하게 통칭하며 정감있게 사용되던 말이기도 했다. 그런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1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미 기존 직장에서 거의 다 은퇴를 한 상황이다. 그들의 대규모 은퇴 과정에서 노동인구는 급격히 감소하였고 소득이 줄어드는 것에 비례하여 소비는 자연스레 위축되었으며 결국 국가적인 성장률마저 둔화되는 과정을 경험한 바 있다.

이런 악순환에 대한 트라우마가 가시기도 전에 더 큰 규모의 대량 퇴직이 코 앞에 닥쳐오고 있다.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라는 표어의 1964년생을 필두로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표어 세대인 197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제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60세인 법정은퇴연령을 맞아 대량 퇴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 규모가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인 705만명보다 훨씬 많고, 전체 인구 대비 18%를 넘어서서 무려 954만명에 달하다 보니 한국은행마저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동시장 이탈이 향후 10년 동안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한국은행은 1차 베이비부머의 대량 은퇴 당시 경제성장률마저 둔화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경험했던 만큼, 2차 베이비부머의 대량 은퇴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 고용 연장 등 고용 정책 방향의 개선과 저출생에 대한 범사회적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된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의 경고 가운데 우리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만 하는 것은 현재의 고용률을 유지하더라도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11년간 0.38% 이상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저출생으로 인해 노동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량 퇴직과 은퇴는 성장잠재력을 크게 잠식시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10년 전부터 은퇴한 1차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소득이 더 높고 보유 자산 규모도 커서 소비 여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사회·문화적 활동에 대한 수요도 높긴 하지만, 기대수명의 연장에도 불구하고 노후 대비가 충분하지 않은 우리나라 은퇴 연령층이 소비보다 예비적 저축에 집중하는 경향과 소비 하락 추세에 비추어 보면 전체시장의 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합리적인 추론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 등 사회 각 분야의 문제를 이제야 비상사태로 인식한 정부가 저출생 고령화 뿐만 아니라 노동인구, 이민 등 인구정책 전반을 포괄하는 ‘인구전략기획부’를 부총리급 컨트롤 타워로 신설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대량 퇴직 문제 등 단기적 해결 과제와는 다른 차원의 대응책이라고 볼 수 있다.

심각한 대량 퇴직 문제에 대응하여, 고용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하고 자산 유동화, 공적·사적 연금제도 개선 등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2차 세대 은퇴 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해법이 일반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건강한 고령층이 많은 ‘100세 시대’를 감안하면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계속 근로 의향이 강하고 평균 근로 희망 연령도 73세에 달할 정도로 높다. 즉, 고령층 재고용을 위한 정책과 제도가 보완된다면 성장률 하락폭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하는데, 실제 일본에서는 기초연금 지급 개시 연령인 65세로 고용을 의무화한 2006년 이후 60대 고용률이 약 45%에서 63%까지 가파르게 상승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십여년 전의 ‘임금피크제’를 통한 청년고용 확대 논쟁에서 경험했듯이 2차 베이비부머인 고령층을 노동시장에 좀 더 머무르게 해주기 위해 단순히 정년 연장만 추진할 경우, 지금도 절망에 빠져있는 청년 세대의 고용에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알 수 있다.

고령 은퇴 세대와 청년 신규 진입자의 끝없는 취업 전쟁에서 ‘상생’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시대적 과제가 되어 있다. 정부, 기업과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해 은퇴자의 협력업체 재배치나 사전 재교육, 직업훈련 등과 함께 신규 진입을 위한 청년 세대와의 상생 논의를 본격화할 시점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또 다음 세대의 대량 은퇴자가 문 앞에서 불안하게 대기표를 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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