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 젊은 시인들의 '상큼한 여름 시'가 대세

2025-08-14

과일부터 야채까지... 힙한 1020세대 시집들

20대 이하 독자, 구매자 중 약 20%를 차지

'여름'을 앞세운 청량한 감성으로 젊은 취향 저격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샤워젤과 소다수', '여름 피치 스파클링', '마침내 멸망하는 여름', '토마토 컵라면' 등. 시집의 제목만 봐도 상큼하면서도 트렌디한 기운이 느껴진다. 최근 서점가에서는 여름 냄새가 물씬 나는 젊은 시인들이 쓴 시집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예스24는 지난 7월 한 달 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한국 시' 베스트셀러를 분석한 결과 젊은 작가들의 시집과 함께 여름 향기가 물씬 풍기는 시집들이 인기를 끌었다. '한국 시' 베스트셀러 종합 20위권 내에는 ▲마침내 멸망하는 여름(정 저·6위) ▲여름 피치 스파클링(차정은 저·8위)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안희연 저·16위)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서덕준 저·18위)까지 '여름'이 제목에 들어간 책들이 4권이나 올랐다.

이처럼 '여름' 키워드가 제목에 들어간 시집들은 여름철 특유의 감성과 시원하고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으로 '텍스트 힙' 트렌드를 이끄는 20대 독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특히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랑과 이별, 청춘 등의 감정을 감각적으로 묘사하며, 4권의 '여름' 키워드 책 모두 7월 기준 20대의 구매 비율이 최소 30% 이상을 차지하며 구매 연령대 1위에 올랐다.

'텍스트 힙(텍스트는 힙하다)' 열풍으로 10·20세대의 시집 구매량이 늘어나자 같은 세대 시인의 시집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20대인 차정은 시인의 '여름 피치 스파클링'은 판매량이 많지 않은 시 분야에서 이례적으로 한 달여 만에 13쇄를 찍고, 약 1만 5,000권이 팔렸다. 작가가 2023년 고등학교 2학년 때 썼다는 '토마토 컵라면'은 누적 5만 부를 판매했다. '한국 시의 미래'로 불리는 고선경 시인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샤워젤과 소다수'도 꾸준히 팔려 나간다.

제목에 '여름'이 포함된 시집의 출간 종수도 꾸준히 늘었다. 2021년 11종에 불과하던 '여름' 키워드 시집의 종수는 5년 연속 증가해 올해는 7월까지만 해도 총 37종의 시집이 새롭게 독자들을 만났다. 시 분야는 전통적으로 50대가 구매 연령대 1위를 차지해 왔지만, 최근에는 1020세대의 약진이 돋보인다. 예스24 집계 결과, 1020세대의 구매 비율은 최근 6년간 매년 증가해 2025년에는 5년 전인 2020년의 2배에 가까운 20%대를 기록했다.

문학 평론가 하응백은 "요즘 젊은 시인들에게서 시에 대한 엄숙주의가 사라졌다"면서 "짧고 강렬한 숏폼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듯이 시도 짧고 간결하면서도 계절 감각을 반영한 시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oks34@newspim.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