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37억 인슐렛 소송 패소…385억 유증 철회로 귀결
소송 리스크 감추고 M&A 시도?
완전 자본잠식 우려, 상폐 위기…3일째 하한가 추락
[인사이트녹경 = 박준형 기자]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의 무리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도가 이오플로우의 상장폐지 위기로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시장 진출 및 엑시트를 위해 모색했던 메드트로닉과의 인수합병(M&A) 계획은 인슐렛과의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최근 인슐렛과의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마저 철회됐다. 자금 조달 실패와 소송 리스크에 발목 잡힌 이오플로우는 상장 폐지를 걱정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822억→385억 쪼그라든 유증도 철회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일 이오플로우는 38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철회 사유는 인슐렛이 제기한 미국 특허권 침해와 부정경쟁에 대한 소송 배심원 심리(평결) 패소다. 평결에서 자기자본의 20배에 가까운 손해배상금액이 청구되면서 인수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인수계약을 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증 완료 이후에도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기 때문이다. 평결에서 결정된 손해배상금은 약 6337억원에 달한다. 해당 금액이 부채로 잡힐 경우 설령 유증을 완료했다고 해도 이오플로우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진다. 완전자본잠식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시장에선 김재진 대표의 리더십 실패가 기업 존폐 위기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이오플로우와 인슐렛의 소송이 김 대표의 무리한 엑시트 시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데, 앞서 이오플로우는 지난해 메드트로닉과의 M&A 소식을 전했다. 이를 위해 메드트로닉은 김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이오플로우 지분 18.54%(약 564만주)을 1692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눈에 띄는 점은 김 대표가 M&A를 앞두고 지분 매입에 나섰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메드트로닉과의 M&A를 발표하기 반년 전인 2022년 9월 말 2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이오플로우 지분을 매입했다. 100억원을 장내에서 매입해 지분율을 18.54%까지 끌어올렸다. ‘빅딜’을 앞두고 경영권 프리미엄 및 협상력 제고를 위해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인슐렛과의 소송이 없었다면 김 대표는 ‘M&A 잭팟’을 터트렸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주식담보대출 100억으로 매입한 이오플로우 주당 매매가격은 평균 1만5800원대로 메드트로닉이 인수하기로한 가격(주당 3만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러나 인슐렛과의 소송으로 M&A는 위약금 없이 철회됐고, 김 대표의 주식담보대출 연장도 무산됐다. 주식담보대출 상환을 위한 반대매매와 김 대표의 장내매도가 이어지면서 이오플로우 주가는 급락했다.
감춰진 소송 리스크가 도화선
이오플로우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무선 인슐린 주입기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다. 다만 글로벌 인슐린 펌프 시장 선두주자이자 과점 기업인 인슐렛의 실질적 경쟁상대로 보긴 어려웠다. 인슐렛은 이오플로우가 설립(2011년)되기 6년 전인 2005년부터 최초 제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판매를 시작했다.
인슐렛이 이오플로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는 메드트로닉과의 관계가 있다. 메드트로닉은 심혈관, 외과 수술, 당뇨 등에 포트폴리오로 둔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 2022년 기준 글로벌 의료기기 매출 1위 기업이기도 하다.
메드트로닉의 이오플로우 인수는 인슐렛에게 부담스러운 경쟁사가 생기는 셈이다. 지난해 5월 메드트로닉과의 딜 소식이 제기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인슐렛은 이오플로우를 미국 연방지방법원에 영업기밀 침해로 제소했고, 작년 12월 메드트로닉 딜도 무산됐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엑시트를 위해 소송 관련 리스크 사항을 숨긴 것이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오플로우는 당초 계약됐던 위약금을 받지 못했다. 이오플로우는 딜이 무산될 경우 메드트로닉으로부터 위약금 명목 등으로 약 200억원을 수령키로 했었다. 당시 이오플로우는 사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이오플로우에 불리하게 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읽힌다. 메드트로닉은 “계약에 따른 여러 위반 사항을 기반으로 계약 해지 권한을 행사했다”고 공시했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7월에서야 위약금 청구를 위한 중재를 신청한 바 있다.
이오플로우는 이번에 철회된 유상증자 결정 당시에도 주요 리스크 요인들을 공개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오플로우는 최초 유증 증권신고서 발행 당시 미국 특허권 침해와 부정경쟁에 대한 소송 배심원 심리(평결) 시점을 기재하지 않았다. 이후 5차례의 정정신고에도 기재되지 않았던 배심원 평결 시점에 대한 내용은 지난달 26일 6번째 정정신고서에서 기재됐다.
한편 <녹색경제신문>은 유증 철회 사유 및 향후 자금조달 계획 등을 문의하기 위해 이오플로우에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