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은 PC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까? [PC사랑 9월 커버스토리③] 

2025-09-10

특집! 2025 게이밍 시장 트렌드 분석

맥은 왜 게이밍과 멀어졌나

M 프로세서를 통한 반전, 모바일에서 맥으로

게임 플랫폼으로서의 맥, 실제 어느 정도?

[디지털포스트(PC사랑)=최호섭 편집위원] 애플의 맥으로 게임을 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맥과 게임은 그렇게 와 닿지 않을 것이다. 맥은 오랫동안 음악이나 영상 편집, 디자인 등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는 컴퓨터라는 인식이 강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웹 브라우저, 결제 등 인터넷 환경이 맞지 않아 그 거리가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애플은 대작 게임을 주요 콘텐츠로 언급하며 게임 플랫폼으로서의 맥을 강조한다. M1 이후의 맥은 충분한 성능과 게임 포팅 환경을 통해서 게임 시장에서 그 가능성을 키우고 있고,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데스스트랜딩’, 그리고 최근의 ‘사이버펑크2077’가 속속 등장하면서 시장을 설득하는 중이다.

맥도 컴퓨터이고, 고성능을 앞세우는 환경인데 그 동안 왜 게임과 멀어졌을까?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수십 년 전 애플II가 큰 인기를 누리던 시절 이 컴퓨터의 인기 비결 하나는 게임이 많다는 것이었다. 애플II는 1세대 가정용 컴퓨터로, 높은 성능을 앞세워 빠르게 보급되었다. 성능과 이용자가 많다는 것은 게임을 만들어서 팔 만한 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1980년대 반도체의 기적이 이어지며 아타리와 닌텐도 패미컴 등을 통해 가정용 게임기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개인용 컴퓨터 역시 IBM PC 계열의 기기들이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물론 초기의 PC는 맥에 비해서 그래픽이나 사운드 측면에서 애플의 매킨토시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로 있긴 했지만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을 넓혀 갔다.

대신 애플은 매킨토시의 고급화를 결정했고, 당시로서는 ‘리사(Lisa)’ 등의 비싼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전문분야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개인용 컴퓨터로서는 접근이 쉽지 않았다. 이후 1997년 스티브 잡스가 돌아오며 아이맥을 내놓고 다시 대중적인 인기를 노리기도 했지만 개방성을 바탕으로 성능을 끌어올린 PC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탄탄한 자리를 다졌다.

그 과정에서 맥은 게임 환경으로서는 조금 아쉬운 길을 걸어왔다. 먼저 폐쇄적인 기기 특성상 게이머가 원하는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래픽카드에 대한 제약이 컸다. 맥에는 그래픽카드를 고르기도 쉽지 않았고, 일체형 컴퓨터인 아이맥은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도 제한적이었다.

특히 엔비디아와 계약이 종료되고 AMD의 그래픽카드만 쓸 수 있게 되면서 게임과 맥은 서서히 멀어졌다.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처럼 맥용 게임이 나오긴 했지만 게임의 중심이 3D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서서히 맥에서 게임을 즐기는 게 생소한 일이 되었다. 맥에는 게이밍이 아닌 ‘파이어 프로’, ‘파이어 GL’ 같은 워크스테이션용 GPU가 주로 쓰였고, 그 외의 모델은 인텔의 프로세서 내장 GPU로 그래픽을 처리했다. 인텔의 GPU는 게임에는 부족했지만 GPU 연산을 통한 영상, 이미지 처리는 잘 처리해 맥 생태계가 돌아가는 데에 큰 무리는 없었다.

2020년 애플이 그동안 써 오던 인텔 프로세서를 버리고 독자적인 프로세서로 시스템을 꾸리겠다고 발표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M1은 우려와 달리 맥OS를 쾌적하게 돌렸고, GPU에 기반한 처리도 매끄럽게 처리했다. 칩 자체의 성능도 좋았지만 애플은 운영체제부터 개발 도구, 그 안의 모든 연결 고리를 프로세서와 맞추어 왔고, 여기에 통합 메모리 환경을 더해 시스템 효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게임에 대한 접근도 달라졌다. GPU 자체의 크기는 일반적인 외장 GPU 칩보다 작지만 애플의 ‘메탈’ API는 별도의 절차 없이 GPU가 모든 명령을 곧바로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성능 손실이 거의 없다. 또한 이미 많은 게임들이 애플의 반도체와 운영체제, 그리고 메탈에 기반해 게임을 만들어 왔다. 바로 아이폰을 중심에 둔 모바일 게임이다. 애플의 칩은 역설적이게도 모바일 게임에서는 가장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아왔다. 이보다 더 높은 성능을 가진 M 프로세서가 게임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애플은 칩 구조를 모듈화해서 CPU와 GPU의 코어 개수를 자유롭게 조정한 ‘프로’, ‘맥스’ 등의 고성능 M 프로세서를 내놓았고, 맥스 칩을 두 개 이어 붙인 울트라 라인업을 더하면서 성능에 여유를 마련했고, 세대 교체를 통해 기본 코어의 성능을 높이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최신 라인업인 M4의 경우 기본 프로세서로는 풀HD 정도 수준의 게임을 즐길 수 있고, M4 프로 이상의 맥에서는 꽤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게임들도 매끄럽게 처리한다.

M3 이후의 프로세서들은 레이 트레이싱을 하드웨어로 처리할 수 있고, 메시 셰이딩, 다이내믹 캐시 등을 하드웨어적으로 처리해서 기본적으로 게임들이 요구하는 기능들, 그리고 자원 최적화가 잘 갖춰져 있다. 애플은 제품별로 필요한 만큼의 GPU 코어 수를 넣는 것으로 적절한 그래픽 성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여전히 게임을 목적으로 한 하이엔드 GPU 기반의 게이밍 PC에 비하면 맥은 게임 플랫폼으로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기기 자체의 성능과 게임 개발 환경은 이미 일정 수준에 올라섰다. 모든 게임이 4k 해상도에 1초당 60프레임 이상을 뽑아내야 할 이유는 없다. PC가 게임에 적절한 성능의 CPU와 GPU의 선택지를 갖는 것처럼 맥도 프로세서의 종류에 맞춰 적절한 게임들이 다양하게 배포될 수 있는 환경은 갖추어져 있다. 남은 것은 시장의 인식 변화와 게임업계의 참여 정도다.

따져보면 맥은 게임 플랫폼으로서 조건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게임 플랫폼으로서의 기본적인 성능 뿐 아니라 시장성 측면에서도 가치를 갖고 있다. 특히 M 시리즈 프로세서는 콘솔 게임기와 견줄 수 있을 만큼 아키텍처의 통일성을 갖추면서도 세대와 라인업에 따라 PC처럼 다양한 성능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실제로 가장 기본이 되는 M1을 기준으로 게임을 개발해도 M3, M4, 그리고 M4 프로나 맥스, 울트라 등의 시스템까지 큰 어려움 없이 최적화를 할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5와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처럼 기본적으로 같은 바이너리가 돌아가지만 고성능 칩들은 조금 더 성능에 여유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사이버펑크 2077이나 데스스트랜딩, P의 거짓, 인조이 등 현재 맥으로 나오고 있는 AAA급 게임들은 M1 이상의 칩을 쓴 대부분의 맥에서 실행된다.

특히 맥은 프로세서 뿐 아니라 하드웨어도 몇 가지 폼팩터로 정돈이 되어 있기 때문에 개발사들은 해당 기기와 프로세서의 종류를 읽어 미리 정해둔 옵션들로 최적화하는 방법들을 쓰고 있다. 모든 기기가 제각각의 구성을 갖고 있는 PC의 다양성에 비해 칩 설계의 뼈대가 비슷하고 최적화가 유리하기 때문에 오히려 콘솔 게임 시장과 닮아 있다.

맥 이용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정확한 수치가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M1이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이후 매년 3천만 대 수준의 제품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1억 대 이상의 M 프로세서가 달린 기기가 보급되었다고 볼 수 있다. M1 프로세서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 5가 올 상반기까지 8천만 대 팔린 것을 따져보면 맥의 보급률은 결코 작지 않다.

개발자의 입장에서 봐도 맥은 가장 널리 퍼져있는 플랫폼이고, 이 1억 대가 몇 가지 프로세서들과 폼팩터로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성능을 끌어내고, 최적화하는 데에 유리하다.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는 성능, 일관성, 그리고 보급 대수가 결정하는데 M 시리즈 프로세서가 쓰인 맥은 이 조건들을 채우기에 나쁘지 않다.

또한 애플은 ‘게이밍 포팅 도구’를 내놓고 윈도우의 다이렉트 X로 만든 게임을 크게 손 대지 않고 맥용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 이름처럼 게임 개발자들이 이미 PC로 만든 게임을 맥으로 내고 싶을 때 개발에 따로 노력을 쏟지 않고 간단히 맥용으로 다시 패키징해서 게임을 내 달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현재 애플은 게임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중이고, 기존 앱 스토어와 마찬가지로 개발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해서 기존의 노력들을 앱 스토어 안으로 쉽게 가져올 수 있는 도구들을 통해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게임 개발사들도 맥용 게임을 개발하는 부담이 크지 않고, 애플의 기술 지원도 탄탄하다고 평한다. 또한 매출 면에서도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맥 앱스토어, 혹은 스팀에는 적지 않은 게임들이 등록되어 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기본 조건으로 M1 프로세서를 내세우고 있고, 게임을 시작하는 데에는 대부분 큰 무리는 없다. 최근 등록된 크래프톤의 ‘인조이(InZOI)’를 비롯해 ‘사이버펑크 2077’,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팰월드’, ‘데스 스트랜딩’, ‘P의 거짓’ 등의 게임들이 맥에서도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이버펑크 2077는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게임에 들어간다. 하지만 현재 가장 기본이 되는 M4 프로세서에서도 풀HD 해상도 수준의 게임은 매끄럽게 작동한다. 개발사인 CDPR은 게임을 실행하면 기기와 프로세서, 메모리 등을 읽어들여서 최적의 게임 옵션을 자동으로 설정한다.

M4 프로세서를 쓴 맥 미니에서는 1920x1080의 풀HD 해상도가 기본 설정이고, 그대로 실행하면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초당 30 프레임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M 시리즈 프로세서는 AI를 기반으로 성능을 끌어올리는 AMD의 FSR(FidelityFX Super Resolution) 가반 업스케일링을 통해서 프레임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평균적으로 초당 60 프레임 수준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맥 미니의 경우 냉각팬을 갖추고 있어서 열을 충분히 식혀주기 때문에 초기의 게임 성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물론 더 높은 해상도와 많은 그래픽 효과가 더해지면 프레임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엑스박스 시리즈 S나 스위치 2와 견줄 만큼의 결과물을 볼 수 있다.

M2 프로세서를 쓴 맥북 에어 15에서는 조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게임이 제안하는 기본 해상도는 1440x900으로, 2880x1864 해상도인 맥북 에어 15인치 디스플레이가 보여주려는 화면 스케일에 맞춰 4분의 1로 낮춘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30 프레임은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고, FSR을 이용해 해상도와 프레임을 조정하면 게임 내에서 60프레임 수준의 경험을 할 수는 있다.

맥북 에어의 경우 냉각팬이 없기 때문에 오랫동안 게임 성능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긴 하지만 성능을 낮추는 스로틀링이 일어난다고 해도 현재 주력인 M4 프로세서라면 큰 무리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더 높은 성능의 프로, 맥스, 울트라 등의 프로세서에서는 눈에 띄게 매끄러운 화면을 만들어낸다. M2 울트라의 경우 5k 해상도에서 모든 옵션을 켜고도 여유롭게 게임을 그려낸다.

데스 스트랜딩이나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의 경우도 맥에서 꽤 괜찮은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이 게임들은 심지어 아이폰 15 프로 이상의 제품들을 대상으로 모바일 출시를 했기 때문에 맥에서는 여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여전히 게임에 가장 유리한 환경은 PC이고, 콘솔 게임기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모든 게이머가 게임의 우선순위로 맥을 선택하는 단계도 아니다. 맥을 갖고 있는 이용자들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게이머로서도, 또 게임 개발사로서도 또 하나의 선택지로 괜찮은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단계로 보면 된다.

또한 우리가 즐기는 게임은 그 범위가 매우 넓다. 오히려 AAA급이라고 분류되는 대작 게임들을 즐기는 사람보다 모바일에서 가볍게 접할 수 있는 퍼즐 게임의 인구가 훨씬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 애플이 강조하는 대작 게임들의 출시는 당장 맥이 최고의 게임 플랫폼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이 되는 맥북 에어에서도 이 정도 수준의 게임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일 뿐이다. 그보다 더 낮은 그래픽 성능을 바탕으로 재미를 주는 작품들이 맥도 하나의 게임 환경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끄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쪽이 더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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