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CEO 4명 전원 물갈이 '초강수'...'캐시카우' 역량 회복 방점
식품·외식사업 수장도 동반 교체... 대대적인 체질 개선 돌입할 듯
'3세' 신유열, 롯데바이오 대표 선임...그룹 새 성장축 구축 중책 부여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유통·식품 부문을 중심으로 최고경영자(CEO) 20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며 초고강도 쇄신에 나섰다.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41명이 물러난 것으로, 계열사 임원의 절반이 바뀌는 대수술이다.
특히 롯데쇼핑 CEO 4명 전원이 교체되면서 유통·식품을 다시 그룹의 캐시카우로 세우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로 선임돼 경영 전면에 등판했다. '한국 롯데'에서 대표를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캐시카우 사라진 롯데...칼 빼든 신동빈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사에서 가장 큰 폭의 교체가 이뤄진 곳은 유통과 식품 부문이다. 전체 교체 인사 20명 중 7명(35%)이 유통·식품 계열사다.
롯데쇼핑은 김상현 부회장을 비롯해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 박익진 롯데온 대표 등 4명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신 회장이 롯데쇼핑 대표 취임 8개월 만에 내린 결단으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통해 변화를 주문했으나,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자 강력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인적 쇄신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계열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이익 창출 기반이 약화됐다. 지난해 비금융 상장기업 11개사 가운데 10곳의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계열사가 없는 셈이다.
롯데쇼핑은 한때 연간 6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지난해에는 4000억원대로 급감한 상태다. 올해 3분기에는 롯데마트·슈퍼 부진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16% 감소했다. 매출은 4.4%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487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화학 부문은 더욱 심각하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8분기 연속 적자를 냈고, 올해 영업손실은 6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이자보상배율은 3년 연속 1배 미만으로, 영업이익으로도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식품 사업도 회복이 더디다. 롯데웰푸드는 1~3분기 누적 매출이 3조1962억원으로 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2.1% 감소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매출이 0.8% 줄었다. 음료(-4.6%)·주류(-7.4%) 부문 모두 역성장한 데 따른 것이다.

◆유통·식품 대수술...'캐시카우' 역량 회복에 방점
이에 지난해 말부터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여온 롯데그룹은 현금창출력을 갖춘 캐시카우가 절실하다.
때문에 대내외 소비 침체와 고금리·고비용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롯데는 과거 영업 안정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실적 회복과 실행력 중심의 체질 개선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기조에 발맞춰 롯데쇼핑은 향후 점포 효율화와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이익 중심 전략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출점 확대 중심 전략 대신 점포 효율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 편의점 중심으로 한 점포 구조조정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손잡고 건립 중인 부산 물류센터가 내년 상반기 완공되면 투입된 막대한 투자 비용 회수가 가능해져, 이익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 계열사들도 쇄신 대상에 포함됐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롯데웰푸드·롯데GRS 대표를 동시에 교체하며 식품 부문 대수술에 나섰다. 내수 부진과 원가 부담으로 성장세가 꺾인 탓에 구조 재편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롯데웰푸드는 서정호 혁신추진단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해 사업 구조 개선과 수익성 회복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롯데GRS는 글로벌 전략에 강점을 가진 이원택 전무를 대표로 선임해 미국·동남아 시장 확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1년 만에 다시 고개든 '유동성 위기설'…신유열, 신사업으로 승부수
시장에서는 최근 다시 확산되는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에 이어 올해는 롯데건설 모라토리엄(지급유예) 루머가 퍼지며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였다.
롯데지주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고 정보지 작성·유포자를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롯데그룹의 재무 건전성 악화가 위기론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롯데그룹의 순차입금은 최근 가파르게 증가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비금융 계열사를 조정 합산한 순차입금은 2021년 28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40조원 안팎으로 3년 만에 12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롯데건설도 한몫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연결 기준 롯데건설의 부채비율은 214.3%로, 지난해 말(196%) 대비 18.3%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말 196.0%까지 회복됐으나 올 들어 다시 반등한 것이다. 롯데건설의 은행 차입금 역시 지난해 말 8507억원에서 올해 9월 말 1조4820억원으로 74% 급증했다.
롯데그룹은 유동성 위기설이 확산 중인 롯데건설 신임 대표에 '재무통'인 오일근 부사장을 선임해,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이번 초고강도 쇄신 인사는 이러한 재무 구조적 부담에 대응하기 위한 대응 카드로 해석된다. 신 회장은 임원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을 발표하면서 2022년 헤드쿼터(HQ) 체제를 폐지했는데, 계열사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 직면한 현 위기를 빠른 의사결정으로 해결하도록 한 조치로 풀이된다.
'오너 3세' 승계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인사에서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를 맡으며 바이오 신사업의 전면에 등판했다. 동시에 롯데지주 신설 전략컨트롤 조직에서도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총괄하게 된다. 신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웰니스·모빌리티·뉴라이프 플랫폼 사업 역시 신 부사장이 구심점 역할을 지속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유통·식품 CEO를 대폭 교체하며 고강도 쇄신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며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선제적으로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이며, 신유열 부사장이 신사업 성과를 입증할 시 3세 경영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nr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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