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수수료 이번엔? 애플, 에픽게임즈스토어 조건부 승인

2024-07-08

미 빅테크 EU DMA에 화들짝

벌금 규모는 애플 53조, 메타 18조, MS 29조

애플이 EU에서 앱 장터 앱인 에픽게임즈스토어(이하 에픽게임즈) 출시를 승인했다. 애플은 자사가 만든 생태계에서 앱스토어를 통한 앱 유통만 허용했는데, 서드파티 앱은 에픽게임즈스토어를 승인하며 앱스토어 이외의 장터에서 앱을 설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애플 앱스토어는 인앱 결제 수수료로 30%를 챙기며, 에픽게임즈의 수수료율은 12%다. 앱에서 1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때 애플은 3000만원을 가져가지만,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절반도 안되는 1200만원만 매출로 거둬들인다. 개발자가 에픽게임즈를 통해 앱을 유통하면 그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애플은 단기적으로 기존 수수료 정책을 유지하겠지만, 향후 시장 변화에 따라 수수료율을 낮추는 등 경쟁을 통한 수수료 인하가 가능하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앱 장터 조건부 승인에 불만이 많다. 애플은 에픽게임즈에 결제 버튼이 애플과 유사하다며 수정 조건을 달았는데, 에픽게임즈는 버튼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다툴 것임을 예고했다.

7일(현지시각) 애플인사이더, 더버지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애플은 최근 자사 앱스토어에 등록 신청한 에픽게임즈스토어를 승인했다. 애플 생태계에서 앱 유통이 가능한 것은 앱스토어가 유일했지만, 앞으로는 서드파티 앱 중 처음으로 에픽게임즈스토어도 장터 역할을 한다.

애플의 결정은 EU의 DMA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애플이 DMA를 위반했다고 예비판정을 내렸다. DMA는 알파벳, 바이트댄스,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부킹닷컴 등 7개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했고, 게이트키퍼는 사용자 데이터의 무단 수집과 광고 집행, 불평등한 경쟁 환경 구축 등을 유의해야 한다.

EU는 이들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할 경우 징벌적 벌금을 매기는데 벌금 규모는 전 세계 매출의 10%이며, 반복해 위반할 경우 벌금 규모를 20%로 올린다. 예를 들어, 애플은 2023년 3833억달러(529조529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EU가 DMA 위반이라고 최종 결정할 경우 53조원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 한국의 이통3사가 2023년 벌어들인 총 매출액이 58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EU의 벌금 수준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애플의 변화가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애플 앱스토어 중심의 앱 시장에 에픽게임즈가 진출한 만큼, 양대 앱 장터 간 수수료 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 애플의 꼼수 수수료 정책 다시말해 애플이 에픽게임즈에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조치만 없다면, 에픽게임즈의 앱 유통 시장 진출은 장기적으로 애플의 수수료를 낮추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

당사자인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조치에 여전히 불만이 있다. 조건부 승인 조치에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애플은 에픽게임즈스토어 다음 버전을 내놓을 때 인앱 결제 등 버튼을 변경해야 한다며 조건부로 승인했는데,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요구에 맞설 것"이라며 "과거 애플은 EU 규제 기관이 에픽게임즈 스웨덴의 유럽 개발자 라이선스를 철회하기로 한 결정을 조사하기 시작한 후 라이선스를 복원한 바 있다"고 밝혔다.

EU의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공세는 상당한 수준이다. 애플 외에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DMA의 표적이다.

메타는 DMA 시행 전인 2023년 11월 처벌을 피하고자 유럽 시장용으로 월 10유로의 구독 모델을 출시했다. 메타는 자체 규정으로 사용자가 유료와 정보제공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료 이용자는 맞춤형 광고 노출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무료 이용자는 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해 광고를 제공한다. 하지만, EU는 메타가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을 담았다고 판단했다. 메타가 DMA를 위반했다고 최종 판정을 받을 경우 벌금 규모는 134억달러(18조5121억원)에 달한다.

MS는 2019년 4월부터 엑셀, 워드 등 오피스 제품에 자사 화상회의 앱 팀스를 묶어 팔았고, EU는 이것이 DMA를 위반했다고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MS는 팀수 앱의 분리 판매 결정을 했지만, EU는 이 조치로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MS의 2023년 매출은 2110억달러(291조9607억원)며, 10% 벌금을 부과할 경우 29조원을 지불해야 한다.

한국 역시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인앱결제 강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2021년 9월부터 법이 시행됐고, 구글과 애플은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제삼자 결제를 허용했다. 하지만, 업체에 대한 수수료율을 27%로 확 올리며 문제를 키웠다. 앱 개발자는 카드 수수료 등을 포함해 사실상 30%에 가까운 비용을 수수료로 지불해야 했고, 이는 인앱결제 수수료(30%)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2023년 10월 인앱결제 문제로 구글과 애플에 각각 475억원과 205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시정조치를 하기로 정했다. 꼼수를 부려 전기통신사업법을 피해가려 한 구글과 애플에 철퇴를 내리려 했다.

하지만 방통위 의결은 거의 1년째 이뤄지지 않았다. 방송 관련 정치적 이슈 때문이다. 상임위원 5인이 정원인 방통위는 대통령 추천 2인으로 파행 운영됐고, 여야 추천 상임위원 3명 자리는 공석이다. 방통위원장은 지상파 방송사 장악 음모를 주장하는 야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기 직전 자진 사퇴하는 일이 두 차례 있었다. 이동관 전 위원장이 2023년 12월 사퇴했고, 바통을 이어받은 김홍일 방통위원장도 7월 초 사임했다. 여야간 정쟁으로 빅테크 기업의 꼼수 영업에 대한 처리가 미뤄진 이유다.

디일렉=이진 전문기자 alfie@thele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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